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황윤숙 칼럼

투명한 배려

[황윤숙의 깨알 줍기] - <2>

  

 

필자는 직업란에 교수라고 쓰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직업란에 쓰인 직업명은 교육과 연구 그리고 봉사가 직분이라 생각한다. 교수로 당연히 열심히 가르치고 유용한 연구를 해야 한다

그리고 봉사... 사전적으로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이라고 명시 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전공 혹은 한 인간으로서의 삶과 관련하여 해야 하는 봉사의 범주를 딱히 규정 짖기는 어렵지만 나름 내 방식을 정하고 열심히 실천하는데 의미를 두고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선적으로는 지역사회 발전이나 주민의 구강건강을 위해 직접 참여하여 노동력이나 기술을 제공하는 일, 주민 구강건강을 위해 사람들을 조직하고 봉사를 할 수 있는 기반과 능력을 길러 주는 것, 때로는 행정가들이나 관리자들의 구강보건의식을 바꾸기 위해 설득하는 일 등등 이 모든 것이 봉사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중 직접적으로 실천하는 봉사 중에 하나가 전국을 순회하면서 주민들에게 구강건강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고 그들 스스로가 구강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이다.

 

14년을 함께 하고 지금은 내 곁을 떠난 나의 애마 카니발이 구입 후 2년도 안된 시기에 10만키로의 주행기록은 그 기간 동안 순회강의가 얼마나 빈번 했는가를 증명해 준다. 이런 일상은 주로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휴게소에서 음식을 사서 달리는 차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마련이었고, 그 경험들이 고속도로 휴게소를 평가하는 내 나름의 기준을 만들게 되었다. 그동안 휴게소 이용 경험으로 책을 썼어도 재미난 출판물이 되었을 거 같다. 00휴게소에는 초밥이 있고, **휴게소에는 고등어구이가, 그리고 젓갈정식과 죽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인지 ...

사람들은 어떤 것에 대한 평가를 자신의 기호나 경험으로 기준을 세운다. 즉 아이들은 돈의 가치를 자신이 좋아하는 사탕이 몇 봉지인가로, 농부는 쌀이 몇 가마니 인가로 비교해 보지만 난 휴게소의 음식 맛과 고객을 위한 성의를 햄 토스터와 충무김밥으로 측정하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아마도 두 메뉴 다 운전 중 먹을 수 있다는 장점과 충무김밥은 어릴 적 내 추억 때문이라 생각한다.

햄 토스터는 가운데 달걀의 두께와 따뜻함을 유지하는 방법 그리고 고객이 먹기 편하게 잘라 주는가에 따라 휴게소의 선택이 달라지고, 충무 김밥은 포장 방법과 내용물이 말랭이 인지, 오징어인지 그리고 무김치의 숙성정도로 갈린다. 고객이 이런 까칠한 충무김밥의 기준을 가진 줄 모르는 한, 휴게소는 나름 고객에게 자신의 휴게소의 성실성을 보이기 위해 포장 김밥에 제조연일에 제조시간까지 라벨을 붙여 두었다.

하지만 아무리 새벽의 찬 기운 속이라 해도 만들어진지 20분도 안된 김밥의 밥알은 마치 하루를 냉장고에 둔 경도로 굳어 있었고 그 차가움이란... 그러나 이미 차는 휴게소를 떠났기에 항의 하긴 너무 먼 거리이고 어제 만든 김밥에 오늘 라벨을 붙인 그 휴게소에 대한 소심한 복수는 그 휴게소를 다시는 들르지 않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그러던 중 정말 칭찬하고 싶은 충무 김밥과 만나는 행운이 있었다. 충무 김밥은 반찬과 김밥의 격리가 품질을 좌우한다. 어떤 곳은 그냥 따로 담아 둔 것으로 만족하고 어떤 곳은 격리 흉내만 내어서 김치 국물에 풍덩 빠진 불쾌한 김밥을 먹어야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아예 포장품은 팔지 않는 곳도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중 정말 마음에 드는 충무김밥을 만났다. 그 곳은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산의 이름을 붙여진 자그마하고 여느 휴게소에 비해 한산한 휴게소를 만나게 된다. 이른 시간 강의를 위해 속을 든든히 하려고 들른 곳에서 평상 시 습관처럼 충무 김밥을 구입하여 차에서 먹으려는 순간 반찬이 젓가락에 집히질 않는다. 이상하여 다시 관찰해보니 투명 랩 한번이 반찬 부분에 쌓여 있다.

아하! 이곳은 반찬 국물이 밥에 스며들지 않는 뽀송한 김밥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나 보다. 그 마음과 고민 배려가 반찬에 랩을 씌우는 한 번의 더 번거로운 작업 공정을 거치게 했을 것이다. 요즘처럼 인건비 줄이고, 원가 줄이기 위해 고심하는 세상에 랩 한 번 더 씌운다고 가격을 상승 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마 휴게소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필자처럼 매번 같은 것을 먹지도, 또한 전국 휴게소를 다니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런 보이지 않는 투명 랩 한 장의 차이를 알지 못할지도 모르다. 어쩌면 귀찮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랩 포장을 선택한 이곳 휴게소는 손님은 지나가는 손님으로 보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 작은 반찬 꾸러미에 누가 알건 알아주지 않건 최선을 다해 노력한 마음이 있었다  

필자는 충무김밥으로 휴게소를 평가하는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치과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각자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을까? 혹시 스케일링으로 아님 접수 시 응대하는 말투로? 아님 대기실의 고객마지 마음자세로?, 이런 까칠한(?) 소비자들의 마음은 뒤로 하고 제공자들이 자기만의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스스로 만족해하지는 않을까?

과거에는 서비스가 이웃 치과 의료와의 비교이지만 최근 금연 등 건강보험제도의 변화는 치과의원과 치과의원의 서비스 비교가 아닌 치과의원과 의원 혹은 한의원으로  서비스 비교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 우리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할까?

 

투명 랩 한 장은 색도 없고 두께도 없지만 한사람의 고객을 평생 그 휴게소에 묶어 두는 마음이 되었다. 우리도 보이지 않는 나만의 서비스로 고객의 마음에 두는 차별화 된 배려를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 황윤숙

한양여자대학교 치위생과 교수

충치예방연구회 운영 위원

국민구강건강을 위한 치과위생사 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