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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미불금 너무 많이, 담당이사도 모르게 집행'

지출결의서마저 사라져 의구심 키워

지난 집행부가 마지막 두 달간(2014년 3월1일~4월30일) 사용한 미불금 계정에 치과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소 같으면 결산보고에 묻어 넘어갈 사안이지만 이번엔 경우가 다르다. 우선 예년에 비해 미불금 규모가 크고, 일부 지출결의서가 폐기된 데다, 담당 이사조차 모르는 사업비 집행이 있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미불금 문제는 회무 감사 이후 조금씩 밖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규모도 규모지만, 도대체 어디에 사용한 건지 확인할 수 없는 현금지출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북은 지부총회에서 이 문제를 공식 거론했고, 오는 25일의 치협 대의원총회에 ‘미불계정기간내의 사업집중도를 낮추고 실지결산기간내로의 운용의 건’이란 의안을 상정하기에 이르렀다. 상정안의 내용은 이렇다.

- 일반적으로 사업계획 수립 및 집행형식을 보면 적절하고 합리적인 사업계획에 의거하여 회무 흐름에 따라 회기 초부터 순차적으로 집행하고 회기 말에 그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기본개념으로 알고 있다. 최근 3년간의 각 위원회의 사업별 자료를 검토해 보면 결산이 종료된 이후 잔여회기기간 즉, 미불금 계정기간(3월1일–4월30일)동안 고정 관리비용 외 미불사업비용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13회계년도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미불계정기간 동안의 사업비의 예상 지출액이 2배 이상 증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월평균 순사업비 ▲10개월 결산기간(2013.5.1.-2014.2.28.): 2억2천만원 ▲2개월 미불금계정기간(2014.3.1-4.30): 4억7천만원

사업의 결과가 나와야 할 회기 말에 사업비의 증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고 효율적인 사업계획수립과 함께 사업의 적정성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결산기간 내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을 건의한다. -

  

전임 집행부, 미불금 대체 어떻게 썼길래..

 

결국 이 의안은 사업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 왜 사업비를 집중 투자했는지를 따지고 있다. 실제 이 기간의 미불금 계정을 보면 사업비로만 모두 9억3,757만원을 집행한 것으로 나와 있다. 같은 집행부의 전년도 사업비미불금 4억8,733만원의 거의 2배 규모로, 월 평균 4억7천에 가까운 금액이다. 어떤 위원회의 경우 결산기간 동안 집행한 사업비 보다 훨씬 많은 돈을 미불금 기간 중 사용하기도 했다. <표 참조>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사업비 지출이 많을 수도 있다. 또 일의 특성상 회기 말에 자금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든 예산 집행에는 적정성과 함께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번 미불금의 경우 지출결의서가 사라지는 바람에 이 두 가지 기본요건에서부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 부분을 감사단은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까?

감사단은 그러나 ‘검찰 수사로 지출결의서가 없어진 건 맞지만, 전표와 영수증이 잘 보관돼 있어 누가 어떤 용도로 예산을 사용했는지를 확인하는 데엔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다만 미불금의 규모가 통상보다 큰 점, 현금지출의 경우 그걸 어디에 썼는지 이미 해체된 전임 집행부를 찾아다니며 일일이 물어 볼 수 없었던 점 그리고 담당 이사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 자금지출이 일부 있었던 점 등을 문제로 꼽았으나, ‘이는 제도개선을 통해 보완할 문제일 뿐’이라는 게 감사단의 견해였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지출결의서와 전표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지출결의서는 작성자와 결제라인 그리고 용처와 금액이 명기돼 있어 자금사용의 사전승인적 의미를 갖지만, 전표는 지출결의서를 근거로 재무팀이 작성한 회계처리의 증표에 불과하다. 전표로도 출금액과 적요를 알 수는 있지만, 이 지출이 사전에 충분히 검토된 지출인지, 자금 사용의 취지를 파악하는 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출결의서가 없어진 이상 현금지출의 경우 당시의 최종 집행권자인 김세영 회장 외엔 아무도 예산의 사용처를 정확히 알 길이 없다는 점이 특히 문제가 된다.

미불금 문제가 불거진 이후 감사단에서도 김세영 전 회장에게 이 부분을 공식적으로 물은 적이 있다고 들었다. 이 질문에 대한 김 전 회장의 답변은 물론 ‘한 푼의 회비도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않았다’는 거였다.

 

                 ■ 2013회계년도 위원회별 사업비 집행 현황(단위: 만원, %)

 

하지만 이번 건은 전 회장의 말 한마디로 덮어질 만큼 간단치가 않다. 왜냐하면 예산은 곧 회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불금을 얼마를 쓰건 그건 형편에 맞춰 집행부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거기엔 반드시 책임도 따라야 한다. 그러므로 담당 이사도 모르는 사업비가 지출됐다면 회무 절차상 이를 무작정 감쌀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는 달리 얘기하면 ‘누군가가 그 돈이 필요했고, 또 아무도 모르게 집행할 수 있었다’는 의미인데, 이렇게 되면 회계의 투명성은 이미 물 건너 간 꼴이 되고 만다. 회비로 굴러가는 협회를 이렇게 운영해서야 누가 기쁜 마음으로 회비를 낼 수 있겠나.

치개협에서도 이런 차원에서 며칠 전 성명서를 냈다. 이 건을 보도한 한 인터넷신문의 기사를 대부분 인용했지만, 이 성명서도 결국 ‘회원들의 회비에는 한 점의 의혹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치고 있다.

집행부나 감사단이야 어떻게 생각하건 많은 회원들의 생각도 아마 이와 같을지 모른다. ‘어떤 명분으로도 회비의 쓰임새를 덮거나 숨기진 못 한다’는 원칙에 집행부가 동의해 주길 회원들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감사단은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일단 제도개선 쪽으로 이번 건을 몰아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전에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은 지난 미불금에 대한 회원들의 의구심을 속 시원히 털어내는 일이다. 항간에는 지출결의서 폐기 시점에 관한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더 이상 불필요한 오해와 반목이 없도록 이쯤에서 문제를 종결시키는 것이 전임 집행부를 위해서도 최선의 선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