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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영의 호주 치과의사 이야기

Palm Island의 원주민 환자들

[백문영의 호주 치과의사 이야기] - <15>

호주 국립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다른 곳에선 하지 못할 몇 가지 흥미로운 일들을 하게 되는데요, 주로 병원에서 일을 하지만 양로원, 초중고등학교, 감옥 등을 돌아가면서 출장을 다니게 되요. 그중 저희 타운스빌 국립병원에서만 가는 특별한 곳이 있는데요, 바로 원주민들만 사는 Palm Island라는 섬입니다.

타운스빌에서 비행기로 약 30분 정도 거리이고, 호주에서 유명한 산호초 안에 들어 있는 이 작은 섬은 일반인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어요. 호주에 영국인들이 처음 정착을 하고, 1920년 백호주의가 강했던 시기에 호주 정부에서 문제 있는(혼혈 원주민) 원주민들을 강제로 이 섬으로 보내어 가두었죠. 마치 미국드라마 Lost에 나오는 섬 마을같이 특별한 곳이에요.

200여개의 다른 지역, 다른 부족 원주민들이 모여 살다보니 서로들 많이 다투기도 하고, 백인 경찰들과의 마찰도 항상 일어나고요. 2004년도에 발생한 폭동 때는 원주민들이 정부 건물들에 불을 지르고, 섬에 거주하던 호주 경찰들은 모두 병원으로 피신해 타운스빌에서 다른 경찰들이 구하러 올 때까지 갇혀 있었던 적도 있었다고 해요.

 


제가 Palm Island에서 근무를 했던 2010~2011년도에는 다행히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제가 근무할 당시에는 그저 조용한 작은 섬마을이었죠. 그래도 밤이 되면 위험하다고 해서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갔다가 일을 하고 해지기 전에 다시 타운스빌로 돌아와야 했어요.

섬에서는 핸드폰도 안 터지고, 전화기를 가지고 있는 원주민이 거의 없어서 예약진료를 하기보다는 이가 아파 병원에 찾아 오는 환자들 위주로 치과 치료를 해요. 구강위생이라는 개념도 많이 없어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마다 양치질 하는 법을 알려주고, 치약 칫솔도 나누어 줍니다. 아이들 대부분이 Palm Island를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어서 저 같은 동양사람을 처음 보고 신기해 하는 순진한 아이들도 많았어요.

원주민들의 치아는 우리 동양인이나 백인들보다 훨신 크고 뿌리도 길고요. 여기에서는 대부분 발치를 하는데요, 이유는 이곳 환자들은 신경치료 등의 다른 치료를 권해도 그냥 한번 아픈 이빨은 대부분 발치를 원하거든요. 물론 신경치료를 시작해도 치아가 안 아프면 다음 진료 때 대부분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나중에 발치를 하게 되더라구요.

 

 

지금 호주에서는 한국의 지역감정만큼 심한 사회문제가 바로 원주민들에 대한 국가 정책 문제에요. 원주민들은 백인들이 호주로 오면서 자신들의 땅을 빼앗았다고 생각하고, 호주인들은 자신들이 내는 많은 세금으로 일도 안하고 말썽만 부리는 원주민들을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의료정책에서만 보았을 때 원주민들은 다른 호주사람들 보다 치료에 priority를 주는것도 있구요, 거의 대부분의 원주민들은 무상으로 의료혜택을 받아요. 물론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도 일반 호주인들에 비해서 많이 높고요.

이러한 정부지원으로 대학을 가는 학생들이나 일을 하는 원주민들은 많이 찾아보기 힘들어요. 그래서 도시에 사는 많은 원주민들은 알콜 중독 등으로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야기 시키기도 하고요. 앞으로 호주에서 어떤 원주민 정책을 펴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백문영은 2010년 호주 퀸즐랜드 치과 대학(University of Queensland)을 졸업하고, 2011년 호주 타운즈빌(Townsville)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다가 현재는 차터스 타워스(Charters Towers)에서 senior 치과의사로 3년째 근무하고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유일한 한국 사람이며,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필자가 사는 이곳부터 800km 내륙까지는 치과의사가 없기 때문에 250km 떨어진 휴인던(Hughenden)과 400km 떨어져 있는 리치몬드(Richmond)까지 맡고 있다. 

Email: imbaikga@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