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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치과의사의 점심 고민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58>

'복지'라는 게 사실 그렇습니다. 그 좋다는 걸 누가 마다하겠습니까만, 일단 시행되고 나면 다시 되돌리기가 힘들다는 것이 문제죠. 요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나 스페인과 같은 남유럽 사람들이 복지축소 때문에 시위를 하는 경우를 봐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복지라는 놈은 일종의 '하방 경직성'을 가졌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저희 치과의 경우도 주5일 근무의 달콤함에 빠진 결과, 이제는 초과근무 수당을 더 준다 해도 추가 근무를 사양하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요즘처럼 경제 사정이 좋질 않아도 12일 여행 맛에 수년간 빠지다 보니 마치 마약 중독처럼 되어 이젠 벗어나기 어려워졌습니다. 어쨌거나 사람들이 끊임없이 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니만큼 이제는 그 '정도''수준'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양방의 병의원들에 비해서 영세한 치과들의 경우, 복지를 꼭 ''으로만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을 조금 넘겨 진료를 마쳤을 경우에도 결국 ''이 해결사 노릇을 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런 방식의 대처는 올바른 대처법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여전히 직원들 입은 삐죽 튀어나와 있거든요. 제 나름대로의 보상은 '맛있는 음식 사주기''단체 회식', ‘취미활동 지원등을 통해 직원단합도 하고, 집 떠나 자취 생활하는 직원들에게 영양보충이나 여가활동 지원도 시켜주는 그런 해결법입니다. 물론 진료가 늦게 끝난 시간만큼 나중에 조금 일찍 끝내주는 보상 정도는 해줘야겠지요. 또한 점심시간에 순번제로 직원들과 식사를 같이 하면서 각자의 고충이나 애환을 듣기도 합니다.

제가 20여 년 전부터 나름 지켜오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하나는 달력에 표시된 '빨간 날'은 무조건 휴무고, 또 하나는 솔직히 제 좌우명이 '먹자고 일하는' 것인지라 점심시간을 최소 '한 시간 반'을 지키는 것입니다지금은 대개 주 5, 40시간 근무제이지만, 예전 개업 초기엔 주 6일은 물론이요, 일요일에도 오전 진료를 하는 병의원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런데 새파랗게 젊은 놈이 개원초부터 일요일 진료를 하지 않고 토요일마저도 일찍 마치니 주변 선배님들께서 영 마뜩찮아 하셨습니다.

점심시간도 한 시간일 경우, 식사를 후다닥 마치고 양치질을 하면, 바로 오후 진료에 들어가야 합니다. 전혀 숨 고를 시간이 없는 것이죠. , 외부에서 누가 점심이라도 같이 하자고 오면 더 정신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점심시간 연장이었습니다. 직원들 역시 식사를 마치고도 시간이 넉넉하여 개인적 취미생활이나 독서를 하니 오후 진료가 한결 가볍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향후 점심시간을 한 시간으로 줄인다고 하면, 직원들의 심리적 저항이 결코 호락호락 하지는 않을 겁니다.

늘어난 점심시간 때문에 저의 점심 장소는 거의 수원 전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차로 30분이 걸리더라도 전화로 미리 주문을 하면 왕복 한 시간에 식사 30분이면 충분하니까 이젠 거리가 문제되질 않습니다. 차라리 요즘의 고민은 식사메뉴 선택입니다.

제가 주로 선택하는 점심 메뉴는 설렁탕, 김치찌개, 부대찌개, 짬뽕, 생선구이, 순댓국, 생태찌개 등입니다. 여기에 간혹 비지찌개, 해장국, 청국장, 순두부찌개 등이니 대부분 한식 일색입니다. 이 중에도 설렁탕과 부대찌개는 열흘에 한 번은 반드시 먹어줘야 하는 'must eat!' 아이템입니다.

특히나 부대찌개는 두꺼비집만 주로 찾는데, 그 이유가 의정부의 '오뎅식당류'는 내용물이 너무 부실하고, 송탄이나 평택의 그것은 맵기만 하며, '모박사'의 그것은 너무 모범적(재료는 좋지만 싱거워서)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동료들이나 직원들에게 오늘 점심에 '불량식품' 먹으러 가자고 말하면, 바로 '두꺼비집'임을 알아차립니다. 그렇다고 두꺼비집의 부대찌개가 불량식품이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어렸을 적 문방구 앞의 불량식품처럼, 입에 착착 달라붙는데다, 먹은 지 4~5일이 지나면 또 궁금해지고, 저녁 식사 전까지도 배가 꺼지질 않으며, 화학조미료 맛에 은근 중독되어 간다는 그런 느낌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출근 때부터 오늘 점심 메뉴 고민을 하는 즐거운 번뇌를 하니, 적어도 '먹는 팔자' 하나는 좋은 편인가 봅니다.

수원에서 가장 오래 된 부대찌개집입니다.​​

대기 중인 반찬입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내공이 넘쳐나는 찬들이죠.

수원시 매산초등학교 앞의 두꺼비집의 부대찌개! 겉으로 봐서는 별다를 거 없어 보입니다.

요게 맛의 핵심일까요? 아니면 육수에 비법이?

사리용 라면으로는 오뚜기 진라면이 대세인데 그 이유가 뭘까요?

또한 스프가 들어있지 않은 사리전용 라면보다 정상적인 라면이 더 맛있다는 통계는 과연 참일까요?

하지만 저는 라면 사리를 넣지 않습니다. 국물이 개운하질 않고 탁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냥 기본으로 넣어주는 당면만으로 충분합니다.

불량식품 부대찌개를 넣어주면 일주일은 너끈합니다.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