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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음악

[음악] 우리는 왜 팝을 듣는가?

-The Way, Dreams, Creep

 

내가 맨 처음 들었던 짐 모리슨과 더 도어스의 노래는 물론 '라이트 마이 파이어'였다. 1967년이었다. 그때 나는 열여덟이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도 재수학원에도 가지 않고 온종일 라이오로 로큰롤만 들었다.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그 해에도 실로 많은 히트송이 나왔지만, '라이트 마이 파이어'는 내게 이를테면 예외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곡이었다.
'마음에 불을 붙여'라고 번역한 제목은 너무 밝다. 이 곡은 어디까지나 '라이트 마이 파이어'지 다른 무엇도 될 수 없다. 
Come on baby, Light My Fire
Come on baby, Light My Fire
Try to set the night on fire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중 '짐 모리슨의 소울 키친'이란 글에서 따온 내용입니다. 우연히 이 글을 읽고, 그도 젊은 시절을 음악을 들으며 보냈다는 발견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저 또한 그 나이엔 팝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못하는 영어로 끙끙대며 가사를 번역하고, 겨우 곡명과 가수 이름 정도를 낚아채기 위해 AFKN 라디오에 온 신경을 집중하곤 했었죠.

그러다 문득 '나는 왜 이걸 듣지?'라는 질문을 안해 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질문엔 뭐라고 딱히 할 얘기가 없더군요. 그래서 '팝을 들으면 뭐가 달라져?' 하고 슬쩍 바꿔 물어 봤습니다. 그랬더니 뭔가가 떠올랐습니다. 팝을 들을 때와 듣지 않을 때 내 안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같은 게 말입니다.

그건 이를테면, 두근거림 같은 겁니다. 학교가 끝나고 혼자 하숙방으로 돌아와 FM을 켜는 평범한 일상조차 두근거리는 기다림이 되게하는 힘이 음악 이외 어디에서 나올까요. 혹 사랑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건 이미 그 자체로 비범하지 않나요?

이 칼럼을 맡으면서 어쩌면 그 때의 두근거림을 독자님들께도 나눠드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욕심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크게 드는군요. 눈치 채셨겠지만, 이 난이 '오늘의 음악'에서 '오늘의 뉴에이지'로 바뀌거든요. 제가 올드 락 위주로 독자 여러분들을 만나 뵌지 7개월쯤입니다만, 벌써 짧은 밑천이 바닥난 탓입니다. 그리고 젊은 독자님들 입맛엔 대세인 뉴에이지가 훨씬 잘 맞을 것 같기도 하고요.

앞으로 이 난은 '녹쓴퍄노'님이 맡게 됩니다. 네이버에 블로그 '바다위의 피아노'를 운영 중인 뉴에이지의 지존 녹쓴퍄노님과 무궁무진한 새 음악의 세계로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즐겨 듣는 곡으로 몇 곡 소개드리면서 저는 물러납니다. 순서대로 Fastball의 'The Way', Cranberries의 'Dreams', Radiohead의 'Cre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