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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날세운 의기법.. 간호조무사만 둔 치과들 '비상'

치과 5곳 중 1곳, 까딱하다간 벌금에 업무정지

오는 3월 1일이면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기법)이 보장한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가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를 받게 된다. 이 말은 치과위생사가 아닌 사람, 즉 간호조무사가 치과위생사의 업무를 수행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현행 의기법이 규정한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는 치석 등 침착물 제거, 불소 도포, 임시 충전, 임시 부착물 장착, 부착물 제거, 치아 본뜨기, 교정용 호선의 장착ㆍ제거, 구내 진단용 방사선 촬영, 이 밖의 치아 및 구강 질환의 예방과 위생에 관한 업무 등이다.

의기법은 여기에 양벌규정까지 둬 위반 시 당사자뿐 만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 또한 피할 수 없는데, 이 경우는 통상 15일 업무정지에 해당한다.

간호조무사에게 무심코 X-레이 촬영을 맡겼다가 벌금에 업무정지 처분까지 받게 된다고 가정해 보라. 청천벽력도 이 보다 놀랍지는 않을 것이다.

 

 

간조협 ‘치위생사 수술보조도 문제’

 

그럼 간호조무사는 치과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간호조무사는 의료법 제80조 제2항이 위임한 보건복지부령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에 따라 간호보조업무와 진료보조업무를 수행한다.

이 진료보조업무에는 정맥주사까지 포함될 정도로 의료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는데, 아쉽게도 의기법의 영역에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의기법이 정한 치과위생사의 업무영역은 피할 수밖에 없다. 대신 수술보조, 주사행위, 투약, 신체계측 등의 간호 및 진료보조 업무에선 간호조무사들이 마땅히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실제 ‘봉합사 제거’를 치과위생사에게 시킨 치과의사가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격정지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행정소송에서 기각 판정을 받은 사례도 있다.

때문에 두 직역이 맞부딪힐 경우 치과의사들만 골탕을 먹게 된다. 원활한 진료를 위해선 치과위생사도, 간호조무사도 곁에 둬야 한다는 얘긴데, 소규모 치과들로선 감당히기 어려운 부담일 뿐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작년 자료에 따르면 전국 16,177개 치과 가운데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를 모두 고용한 치과는 37%(5,996개) 뿐이고, 치과위생사만 둔 치과가 33%(5,391개), 간호조무사만 둔 치과도 21%(3,418개)나 됐다. 이는 절반이 넘는 치과들이 진료 현장에서 탈법의 소지를 안고 있음을 의미한다.

 

             ■ 시도별 치과의료기관 스탭근무 현황(2014년 6월말 현재)

 

예전엔 별일 없었는데 왜 갑자기?

 

이전에도 의기법은 존재했지만 별 문제가 없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복잡하게 됐는지 의아해 하실 독자들도 계실 것이다. 치협 강정훈 치무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의기법 파동’의 전말은 이렇다.

-2009년 9월 치과위생사에 의한 임시부착물 장착 행위가 의료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이 행위가 ‘의기법이 치과위생사의 업무로 규정한 치아 및 구강질환의 예방과 위생에 관한 업무에 해당하지 않음이 문언상 명백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판결에 위기감을 느낀 치협은 복지부 및 치위협과 협의에 나서 마침내 2011년 11월 현행과 같이 치과위생사의 업무를 일일이 나열하는 방식으로 의기법을 개정한다.

하지만 이번엔 간호조무사 업무범위가 문제가 됐다. 개정 의기법을 지키려면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상당부문 제한해야 했기 때문이다. 의기법은 하는 수 없이 부칙에 1년6개월의 유보 기간을 명기해 개원가가 이 기간 동안 필요한 인력을 고용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1년6개월은 생각보다 짧았다. 개원가에 인력난만 심해진 가운데 유예기간은 만료됐고, 복지부와 관련단체들은 부랴부랴 2015년 2월 28일까지 계도기간을 두기로 합의했다. 이 기간 중에는 의기법과 관련해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거나 민원을 제기하지 않기로 한 것.

바로 그 계도기간 만료일(2월 28일)이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따라서 3월 1일부터는 진료실에서 의기법이나 의료법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 아무도 바람막이가 돼 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당시(2013년 5월)의 합의문 7항에 의거, 치협은 관련단체들과 함께 '간호조무사의 역할에 대한 방안마련'에 나선 것. 중도에 간호조무사협회가 불참을 통보하긴 했지만, 현재 이 논의는 11차(1월 9일)까지 이어져 ‘치과위생사 및 간호조무사 업무분장안’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업무분장안에선 현재 치과위생사의 업무로 규정돼 있는 ▲치석 등 침착물 제거 ▲불소도포 ▲임시충전 ▲임시부착물 장착 및 부착물 제거 ▲치아본뜨기 ▲교정용 호선의 장착 및 제거 ▲구내 진단용 방사선 촬영 ▲그 밖의 치아 및 구강 질환의 예방과 위생에 관한 업무 등을 각각 준비단계와 본 행위 그리고 정리단계로 세분류하고, 본 행위 이외의 준비 및 정리단계에선 간호조무사도 이 업무를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길을 터 뒀다.

 

            ■ 치과위생사 및 간호조무사 업무분장표(안)

 

아직 최종 합의에 이른 건 아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일선 개원가에선 부담을 많이 덜 수 있다. 그러나 결국 3월1일부턴 '치과의사들이 좀 더 부지런해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문제를 보는 개원가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박영섭 치무담당 부회장은 이와 관련 ‘법은 법이니만큼 일단은 지키는 수밖에 없다’면서도 ‘치협은 마지막까지 업무분장 노력을 계속하겠지만, 그럼에도 문제가 줄지 않을 경우 그땐 다른 방법으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치협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간호인력개편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다. 정부는 간호인력을 간호사와 1급 실무간호인력, 2급 실무간호인력으로 구분해 진료보조 및 간호보조 위임 체계를 명확히 할 계획인데, 치협도 이 논의에 적극 참여해 치과쪽 의견을 반영시킨다는 방침이다.

현재 치과의료기관에 근무 중인 간호조무사 수는 지난해 6월말 기준 15,174명에 이른다.

 

법 위반 시 예상되는 처벌 수위

그러면 간호조무사나 치과기공사가 진료실에서 업무영역상 의기법 또는 의료법을 위반했을 때 치과의사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케이스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적인 경우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형사처벌
-치과의사: 법정형 벌금 1천만원 이하 (의기법 제 32조)
-치과기공사: 법정형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참고] 검찰 사건처리기준: 초범인 경우 200만원 이상, 재범인 경우 업무기간 6월 이상이면 구공판 (10월 이상이면 구형)

▶행정처분
-치과의사: 자격정지 3개월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5호 및 제10호로 규율될 경우) 또는 자격정지 15일(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6호로 규율될 경우)
-의료기관: 업무정지 3개월(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2호)
-치과기공사: 자격정지 15일(제22조 제1항 제3호 위반, 의사지시에 따라 위반한 경우), 자격정지 3개월(의사의 지시 없이 위반한 경우)

[참고] 위 행정처분 기준은 감경 가능: 2009년의 '봉합사 사건'에선 치과의사에게 업무정지 45일, 자격정지 45일의 처분을 내림.

▶간호조무사가 치위생사 업무를 한 경우도 의사와 의료기관 관련 처벌 및 행정처분의 법 근거만 다를 뿐 형량은 거의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