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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치아를 ‘살리는’ 치료는 없다

[최상묵의 NON TROPPO]-<31>

 

 

환자들이 내원하게 되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 중에 환자의 주소(Chief complain)를 듣는 일이다. 치과질환에서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아프다는 표현과 이가 시리다는 표현이 제일 많을 것이다.

교과서에 나열 되어있는 주소의 내용은 의학적인 용어로 동통, 치은출혈, 지각과민(Hypersensitivity), 입냄새, 잇몸가려움 등으로 기술이 되어 있지만 막상 환자들이 호소해오는 주소는 환자 나름대로의 극히 평범하고 유치한 표현으로 그들만의 특이한 언어(言語)로 표현하기 때문에 우리는 환자들이 그러한 호소를 재구성 편집하여 또다시 의학적인 주소로 바꾸어 판별, 분석함으로써 치과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방법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우리들이 가장 곤혹스럽고 또 오진을 범하기 쉬운 경우가 환자의 주소를 잘못 판별했을 때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과장되거나 엄살이 지나치거나 또는 전혀 거짓 호소를 해오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정직하게 환자들의 호소를 그대로 받아 치료를 적응하면 과잉치료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사실 치과질환이란 진단의 학문이 아니다. 치과의 2대 질환이라 불리우는 충치나 잇몸병은 누구나가 찾아낼 수 있고 또 병의 유무를 본인 스스로가 알아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치과질환이 누구나 찾아내고 발견할 수 있는 단순한 질환이기 때문에 거기에 따르는 증상도 대체적으로 단순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어찌보면 단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프다또는 이가 시리다는 표현이 주종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다’, ‘이가 시리다는 단순한 표현 속에 우리들이 찾아야 할 치료방법을 꼭집어 선택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들은 지나치게 자기의 치료가 완전무결하기를 바라거나, 또 완전무결한 것으로 믿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들이 우리들의 행위(치료)를 우리 스스로 지나치게 절대적인 것으로 믿고 싶어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들에게 강박관념을 줄 수도 있다. 치료는 우리들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집고 넘어가야 할 사항은 양말을 신겨야 할 때 장화를 신겨서는 안될 것이며 티셔츠 정도면 충분한 옷차림일 때 두터운 외투를 끼어 입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환자들의 입 속에서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을 발견할 때면 민망스럽고, 죄송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모든 환자의 구강(입속)내에 우리들이 그려놓고, 입혀놓은 옷차림은 바로 우리 자신들의 자화상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환자에게 가장 적절하고 효율적인 치료선택을 하기 위해서 먼저 진단과정에서 타당성(validity)과 신뢰성(reliability)으로 평가를 얻을 수 있는 식견이 있어야 한다. 즉 환자에게 어떤 질환이 있다면 그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의 정확성에 대한 민감도가 있어야 하며 만일 질환이 없다면 질환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특이성도 있어야 한다. 우리들이 환자를 진단해서 예후를 예측하고 치료를 시행하게 될 때 대체적으로 3가지 유형을 생각해야 한다. 절망(hopeless), 의문(questionable), 양호(good) 등의 큰 테두리를 잡아서 분류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절망의 경우는 대부분 발치에 해당되는 경우일 것이며, 치아의 종말을 의미한다. 종말을 결정하는 기준은 참 애매하고 다양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의문의 경우는 치유의 표과가 명확치 않으며, 치료한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하는 경우가 된다. 이 경우에는 환자의 요구에 의해서는 치료를 시도해 볼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더 관찰(observe)할 수도 있다. 금방 치료하지 않고 기다림(관찰)도 진단에 큰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양호의 경우는 확실히 치료하면 사용할 수 있다고 확신이 서는 경우를 말한 것이다.

 

환자들은 대부분 치료의 효과를 마치 기적과 같은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싶어 한다. 때문에 치료과정에서 적절한 설명과 교육이 부족하면 치료 후에 불평과 실망이 커지게 된다. 이런 것들이 빌미가 되어 의료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우리들은 흔히들 치료효과를 설명할 때 치아를 살린다는 표현을 쓰기 좋아한다. ‘살린다는 표현은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언제 치아가 죽었던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사용 가능한 치아로 치료하는 것으로 이해되도록 설명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치주질환이 치료를 하면 염증이 소실되고 조직이 재생되어 치료가 된다. 이때 몇 개의 치아를 보존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보존 가능한 치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치료하는 것이다.

현대 치과치료의 목표는 치아를 살리는 치료가 아니라 치료 후에 질병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게 해주는(정지) 치료가 되어야 한다. 또한 치료의 목적은 아픔을 없애주고 염증을 제거해주어 건강한 조직으로 바꾸어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만은 아니다. 환자의 사회 심리적 만족도 충족시켜주는 다변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