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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고흥 별미, 삼치회와 굴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53>

 겨울 진미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삼치회가 가장 ‘BEST OF BEST’라고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송구스럽게도 제대로 된 삼치회는 아직 먹어보지를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삼치회 그것도 대삼치회를 먹어 본 사람들의 이야기나 책자에 언급된 내용을 종합했을 때, 막연하게 그렇지 않을까 하는 저만의 추측인 게지요. 그러나 냉동 상태로 올라 온 삼치회는 몇 차례 경험을 해보았는데, 그 맛이 마치 부드러운 셔벗이나 옛날 서주 아이스주비슷한 맛과 질감이었던 기억입니다.

 

헌데, 내륙에서는 왜 삼치를 회가 아닌 구이나 조림으로만 먹을 수밖에 없을까요?

삼치는 선어 상태로 보관을 할 때 이틀 정도가 한계라는군요. 그러니 대삼치가 아닌 작은 삼치를 냉동하여 시중에 유통을 하는 것이죠. 결국 우리는 구이나 조림 맛으로만 삼치를 평가해왔던 것입니다. 게다가 삼치는 살이 워낙 부드러워 선어 상태에서 회를 뜨기도 쉽지가 않은데다 아마추어가 어설프게 썰면 살이 그냥 뭉게져 버립니다. 그래서 삼치는 잡자마자 포를 뜬 뒤에 랩을 씌워 그대로 얼려버려야 합니다. 그렇게 냉동된 상태의 삼치는 초보자라도 쉽게 썰 수가 있습니다. 회를 썬 뒤에도 절대 녹이면 안 됩니다. 살짝 언 상태에서 먹어야 그나마 삼치회 맛이 좀 나거든요.

물론 선어(약간 숙성시킨) 삼치회가 최고지만, 멀리 고흥이나 거문도, 흑산도까지 가야만 대삼치회 맛을 볼 수가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죠. 삼치회는 여러 가지 양념을 한 간장에 찍어먹어야 제 맛입니다. 초장이나 양념 된장은 결코 어울리지 않습니다.

대개 어류는 클수록 맛이 있지요. 본명이 자바리인 다금바리도 그렇고 방어, 삼치, 대구 등 거의 모든 어류가 클수록 맛있습니다. 전복이나 백합 같은 패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1m 내외의 대삼치는 내륙의 어시장에서건 횟집에서건 여간해선 보기도 어렵고 또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사정이 그러하니 삼치가 제법 잡히고 유통이 되는 고흥 등지의 지인에게 부탁하여 선어를 직접 택배 받아먹는 것이 최곱니다. 그러나 또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이 놈을 요리해 줄 식당이나 요리사가 없다는 것이죠. 결국 대삼치회 맛을 보려면 여러 수고가 따릅니다. 결국 있는 인맥, 없는 인맥다 동원하고, 맛에 일가견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여담이지만, 자산어보를 쓰신 정약전 선생은 삼치가 크기만 크고 맛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 소설가 한창훈의 내 밥상위의 자산어보에서-

그러나 회 맛을 아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아홉 가지 생선회가 앞에 놓여 있다면, 삼치회부터 먹는다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손암 정약전 선생은 혹시 먹어보지도 않았거나 제철이 아니었을 때 드시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소설가 한창훈에 따르면 동갈삼치라는 다른 어종을 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군요. 크기도 8~9자니까 대삼치보다 훨씬 큰 생선이고요.

여하튼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그렇게 원하니 드디어 소원 성취가 되었습니다. 대삼치회 맛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치즈크림을 얼려서 베어 먹는 그런 맛이라면 혹시 이해가 되겠는지요.

삼치와 더불어 지인이 택배로 보내준 것은 고흥굴입니다. 우리나라 굴의 70~80%는 통영산입니다만, 저는 통영굴을 볼 때마다 인종을 마구 뒤섞어 품종 개량을 한 뒤에 성형수술까지 마친 미스 월드나 미스 유니버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통영굴은 바다물속에서 365일 자라는 투하식이기 때문에 사이즈도 크거니와 뽀얀 속살이 마치 개량된 중남미의 혼혈인 '뮬레토' 굴 같다는 말입니다.

충남 보령과 천북 그리고 경기도 화성 지역의 굴은 진짜 새까맣고, 조그맣고 그리고 꾀죄죄합니다. 그러나 요즘 천북의 굴구이 센터에 나오는 굴들을 대개 통영에서 가져다 쓴다는 흉흉한 소문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천북 굴구이에 사용하는 굴들은 덩치가 제법 크고 뽀얗습니다.

전남 고흥의 굴은 둘 사이의 균형점에 있습니다. 크기도 제법이고, 때깔도 봐줄만 하며 맛과 영양도 뛰어나다고 하는군요.

전통적으로 굴을 먹는 방식은 상당히 한정적입니다. 굴구이, 굴무침, 생굴, 굴후라이, 굴국.... 그래서 이번엔 서양식 스타일을 좀 접목해봤지요. 맛을 본 참석자 모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웁니다.

 

강북 주택가 골목에 생뚱맞게 있지만 상당히 모던한 동네 밥집입니다.

주머니 가벼운 사람에게 그만이겠죠? 와중에 IPA맥주도 있습니다.

시원칼칼하게 끓인 굴국으로 일단 추위를 이겨내야죠.

일본말로는 '가끼 후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실은 굴폭탄 혹은 굴수류탄입니다.

속에 굴이 20~30개 정도 들었습니다. 고흥 특산인 유자향이 살짝 묻어나는군요.

 굴 무침입니다. 약간 맵네요.

크림소스에 굴을 넣었더니 의외로 독특한 맛입니다.

대삼치가 택배로 도착했습니다.

양식 요리사에게 회를 썰어달라고 한 우리가 죄인이죠.

모양은 나지 않지만 대삼치회 맛은 그대로입니다. 어느 생선이나 뱃살이 물론 최고구요.

삼치 전용 양념장입니다.

일부는 구이로 요리했습니다.

삼치를 푸와그라 조금 넣고 빠떼 형식으로도 만들어 봤습니다.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