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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치과위생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창간2주년 기획] 잘 뽑아 오래 함께 일하기

올 해에만 4,798명의 치과위생사들이 새로 배출됐습니다만, 일선 개원가에선 늘 인력수급이 문젭니다. 광고를 내도 지원자조차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보건기관을 포함해 전국 치과에 근무하는 치과위생사 수는 기껏 2만7천 명 정도입니다. 1년에 5천여 명의 신규 인력이 배출되는 걸로 치면 겨우 5.5년 치 자원만 현업에 남아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러면 나머지는 모두 어디로 간 걸까요? 설마 5년 동안만 일하기 위해 어렵게 치과위생사 자격을 딴 건 아닐테고, 대체 그 많은 인원이 죄다 어디로 숨어버린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유는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결혼 등 개인 사정으로 인한 자발적 유실분이고, 다른 하나는 치과에서 선호하는 년차를 지난 고임금 인력들의 ‘자의반 타의반’식 도태입니다.

치과위생사들은 근무 경력이 한곳에서 쭉 이어지면 비교적 오랜 기간 현장에 남지만, 이리저리 치과를 옮겨 다니다 보면 뜻하지 않게 조기에 현업에서 물러나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래서 결국 한 해에 5천여 명이나 배출되면서도 현장에선 필요한 인력을 제 때 채용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빚어지는 거지요.

그러나 인력문제는 하소연만 한다고 해결되진 않습니다. ‘치협은 뭐하느냐’고 협회를 나무랄 수도 없는 게, 치과위생과 정원은 진즉에 늘일 만큼 늘인 상태입니다. 그러니 5년 쓰자고 무작정 정원을 더 늘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남은 방법은 결국 가용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한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될까요? 고용주인 원장님들께 우선 두 가지를 주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잘 뽑을 것. 둘째, 잘 관리할 것.

간단하죠? 하지만 문제는 ‘잘~’입니다. 이 ‘잘’을 어떻게 하느냐는 거죠.

 

 

1단계 : 제대로 평가해 제대로 뽑기

 

독자님은 스탭들을 어떤 방법으로 뽑으시나요? 아마 광고를 내서 이력서를 받고 면접을 한 후 채용여부를 결정하겠죠. 면접에서 던지는 질문도 비슷할 겁니다. 지원자가 좀 많으면, 우리 치과엔 어떻게 지원하게 됐나? 직무에서의 본인의 강점과 약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3년 내의 개인적 목표와 직장생활에서의 목표는? 뭐 이런 정도가 아닐까요. 그나마 지원자가 충분치 않으면 ‘가족관계는? 취미나 특기는?’에서 그치기도 합니다. 그리곤 결국 답변과는 상관없이 ‘외모나 싹싹해 보이는 정도’로 결정을 내리고 말죠.

하지만 ‘이런 면접방식으론 좋은 직원을 뽑을 수 없다’고 개원경력 16년차인 A 원장은 지적합니다. A 원장은 오래 전부터 스탭을 뽑을 때 3가지 영역으로 나눠 면접을 봐왔습니다. 3가지 영역이란 첫째가 현재 업무에서의 구체적인 업무수행능력이고, 둘째는 미래의 역할이나 기회에 대비한 지식 및 경험이며, 세 번째가 행동평가에 초점을 맞춘 대인관계기술과 능력 그리고 성향을 말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A원장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원장들은 첫 번째 영역, 즉 지원자가 현재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요건을 갖췄는지를 파악하는 데에만 관심을 집중한다. 가끔 두 번째 영역을 위해 ‘장래 다른 분야의 다른 일을 맡을 수도 있는지?’를 묻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세 번째 영역인 조직 · 문화 적합성‘에 대해선 직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치과를 위해선 사실 이 세 번째 영역이 가장 중요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체계적인 면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원자는 어떤 질문에도 원장이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채용하고 난 다음에야 결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치과의 발전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A 원장은 다음의 7단계 행동평가면접을 독자님들께 제안했습니다.

 

1.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행동특성을 리스트로 만든다 : 충성심, 안정성, 유연성, 팀웍, 자발성 등..

2. 특정 상황에서 각 특성들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한다. : (예)팀웍→ 팀에 분명하게 협력하고, 다른 사람들도 팀 행동에 참여하도록 권유하는지 여부 등..

3. 각 특성에 대한 개인의 성향이나 행동을 알아 볼 수 있는 한두 가지 질문을 만든다. (이때 인터넷이나 SNS에 공개된 지원자의 개인적 관심사도 참조한다.) : ‘세 사람 이상 협력해서 일해 본 경험이 있으면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등..

4.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소개한다. : 지원자에게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한 뒤 전체 상황과 몇 가지 핵심적인 부문에서의 본인의 역할 및 상황의 결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고 말한다. 그 상황에 대해선 장면별로 구체적으로 질문할 것이란 점을 미리 알려주고, 비교적 최근의 예를 들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해 둔다.

5. 면접을 실시한다. : 한 번에 하나씩 질문한다. 특정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줄 것을 요청한다. 예고한 대로 ‘장면별’로 당시의 역할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원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에는 핵심적인 행동특성에 주목한다.

6. 면접 결과를 분석한다. : 지원자에게 바라는 행동특성을 다음의 3가지로 분류한다. ▶관찰→ 분명한 행동의 증거를 들었을 때, ▶미관찰→ 이 특성을 알 수 있는 질문을 하지 못했거나 구체적인 예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 ▶우려→ 지원자에게서 원하는 특성을 발견하지 못했을 때.

7. 종합평가 : 면접을 통해 파악한 지원자의 행동특성을 다른 두 영역과의 관계 속에서 평가한다.

 

 

2단계 : 일하고 싶은 치과환경 만들기

 

치과위생사들은 직무만족도에 대체로 민감합니다. 현재의 직장이 그걸 보장할 수 있는 곳인지 아닌지에 따라 행동양식에도 차이가 납니다. 함께 있을 때 골치를 썩이던 직원이 다른 치과에서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결국 시스템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소규모 치과들이 범하기 쉬운 가장 큰 오류는 운영에 관한 많은 부분을 원장의 즉흥적 판단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급여까지 원장의 주관적 기준에 따라 원칙 없이 책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가족적’이란 이름으로 스탭들의 근로의욕을 꺾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뿐입니다.

잘 관리하자는 건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노동성과도 극대화시키자’는 의미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스탭들이 원하는 게 뭔지 부터 아는 게 중요한데, 어떤 설문조사에 따르면 치과위생사들은 대체로 다음의 세 가지에 별표를 친다더군요.

첫째, 건강한 근무환경을 갖출 것.
둘째, 치과위생사의 영역과 역할을 진심으로 인정해줄 것.
셋째, 적절한 보수체계를 만들고, 유지할 것,

달리 설명이 필요 없을 내용들입니다. 다만 보수체계와 관련해 말을 보태자면, 이 부분은 철저히 상호 역동적인 관계를 형성하는데 목적을 둬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자면 보수기준도 중요하지만, 직원별로 직무성과를 평가할 자료와 수치들을 꼼꼼히 기록하는 성의가 따라야 합니다. 객관적 자료가 없으면 나중에 불필요한 마찰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치과위생사도 치과 내 일정 영역에선 책임질 수 있는 능력과 기여하고자 하는 욕구를 갖춘 전문직업인들입니다. 이들의 역할을 확대하고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열어두면 결국 치과에도 더 큰 이익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뽑고 싶어도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만 할 게 아니라 먼저 내 치과를 한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사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보완하는 성의를 보이셔야 합니다. 그러면 아마 기대했던 이상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인력 문제 역시 영원한 쌍방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