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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불경기에 덤핑광고에..'개원가 거의 질식 상태'

강력한 자율징계권이 혼란 다스릴 대안

환자를 소개받고 수수료를 제공해온 치과가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신사역사거리에 위치한 이 교정전문 치과는 ‘수년전부터 환자를 모집해오면 한 사람당 50만원에서 수백만원가지 수당을 지급해왔다’고 한다.

그동안 풍문으로만 떠돌던 얘기들이 실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몇몇 치과들이 ‘압구정동 미용실 원장들과 친분을 맺고, 고급승용차를 보내 소개환자들을 실어 날랐다’는 얘기는 한 때 마케팅의 전범처럼 개원가에 회자됐었다, 그 미용실들이 단순히 친분만으로 자신의 고객을 치과로 보냈을 리는 만무하다.

이번에 적발된 A치과의 경우도 전체 치료비의 10%를 소개비로 건넸다고 한다. 이는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 알선, 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의료법 제27조 3항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케이블방송 건강프로엔 브로커들 활개

 

의사협회도 ‘쇼닥터’들에 대한 집중감시를 선언하면서 이와는 별도로 방송출연 가이드라인을 함께 제정키로 했다. 의협은 이를 통해 의사들의 홈쇼핑 출연 및 방송사에 협찬료를 부담하고 출연하는 행위를 아예 금지시킬 작정이다.

지상파 방송은 이미 소위 잘나가는 닥터들의 독무대가 돼 버렸다. 오락을 겸한 교양프로로 제작되는 몇몇 인기 프로그램들은 실제 의료 수요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모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초기 패널로 출연한 적이 있는 한 치과의사는 당시 ‘1회 방송출연으로 6개월은 먹고살 수 있을 만큼 전국에서 진료문의가 빗발쳤다’고 고백했었다.

이렇듯 방송출연 효과가 크게 나타나면서 몇 안 되는 패널 자리를 뚫기 위한 개원가의 경쟁도 치열해졌고, 자연 의사들을 방송국과 연결하는 전문 브로커까지 생겨나게 됐다. 지상파와 종편의 건강 프로그램들이 ‘좁은 문’이 되자 이를 흉내 낸 몇몇 케이블 방송들은 건강정보를 내세워 의사들을 상대로 프로그램 장사에 나서고 있다.

브로커들이 연줄 연줄로 치과를 돌며 400~500만 원짜리 패키지를 제안하는 형태인데, 실제 제안서에는 ‘방송 몇 회 출연에 포털 사이트에 기사 몇 회 노출’ 등 프로그램 일정표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 패키지를 이용해 본 한 개원의는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지 비용에 비해 효과는 크지 않았다’고 쑥스러워했다. 

포털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포털 사이트야말로 약삭빠른 닥터들을 위한 거대한 광고판으로 변한지 오래다. 여기에는 각종 신문과 인터넷 매체들도 한몫을 거드는데, 건강칼럼을 빙자한 기사형 광고는 물론이고, 무슨 무슨 대상하며, 선발과정조차 불투명한 상을 수상했다고 특정 치과로 뉴스 판을 도배를 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개원의들을 가장 힘 빠지게 하는 건 옆 치과의 덤핑공세이다. 이 또한 광고대행 업체들이 부추기는 측면이 강한데, 판촉과 홍보를 대신해주고 효과에 따라 매출의 몇 %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때 감수해야 할 건 이들에게 수가 결정권까지 내줘야 한다는 점이다, 자존심 상하게.. 그 결과 옆 치과는 어느 날 갑자기 신환이 뚝 끊기는 날벼락을 맞게 된다.

지하철 광고는 이미 체면이고 염치고를 모두 버린 상태이다. 벗을 것 다 벗고 거의 노골적으로 환자들을 유혹하는 수준인데, 광고 카피도 아주 단순해서 ‘임플란트 79만원’ 한마디면 충분하다. 유명 탤런트인 전속 모델은 오늘도 천정에 매달린 채 ‘이래도 안 와?’ 하는 표정으로 서민임이 분명할 승객들을 굽어보고 있다.

어쩌다 개원가가 이런 아수라판이 됐을까?

 

 

의료단체들 보조 맞춰 복지부 압박해야

 

‘살기 위한 마지못한 선택일 수도 있다’는 데에 일말의 서글픔은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을 알리는 광고라면 적어도 의료기관다운 품격으로 환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치료를 통해 환자의 인생에 개입하겠다는 의사가 값싼 화장품 냄새로 환자를 끌어온들 그들에게 무슨 믿음을 보여줄 수 있을까.

따라서 치협도 의협과 보조를 맞춰 이 어지러운 상황을 정리하는데 발 벗고 나서야 옳다. 국민의 알 권리가 국민의 건강권에 우선하지는 못한다. 온갖 잘못된 정보들이 거의 무제한으로 온오프라인을 떠돌면서 정작 의사들조차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근래의 의료시장은 혼란스러워졌다.

이런 상황을 관계기관에 제대로 전달해 필요한 규정들을 하나하나 고쳐나가는 것이 지금 의료계에 필요한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이다. 그래야 열심히 공부하고 진료하는 의사가 존경받는, 좀 더 명확한 의료시장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