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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요즘 같은 경쟁시대엔 '저비용 강소치과'가 대세

[치과이야기] 환자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방법

연말이 다가옵니다만 분위기는 차분하기만 합니다. 며칠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거리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12월은 치과사정도 좋지 않다고들 하더군요. ‘방학이 되면 나아지겠거니’ 기대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랍니다.

지난번 ‘치과의사가 직접 밝힌 과잉진료 피하는 방법’이 기사로 나가자 여기저기서 말씀들이 많았습니다. 대충 두 가지 의견으로 정리가 되는데, 하나는 ‘자기만 옳은 양 다른 치과들을 곤란하게 만든 이기적인 행동’이란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맞다, 치과도 변해야 한다’는 공감의 반응이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느끼신 대로 해석을 하면 그만입니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걸 정리한 분의 진정성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비난부터 퍼붓기 전에 왜 치과의사가 ‘치과의사에게 당하지 않는 법’을 환자들에게 구구절절이 설명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겁니다.

 

 

작지만 뭔가 있어 보이는 맛집들처럼

 

과잉이란 필요이상이란 의미이므로 의도적으로 과잉을 해서 환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차라리 범죄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그 과잉을 누가 판단하느냐가 이 경우에 흔히 제기되는 문제인데, 결국은 ‘환자를 배려하는 치료였는지’가 기준이 되지 않을까요?

과잉의 유혹은 진료실의 많은 치과의사들을 따라다닙니다. 큰 돈 들여 치과를 개원했는데 적정 수의 환자가 확보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시간이 갈수록 경상비는 늘어나는데 수익이 비용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스스로에게 약속한 진료철학일지언정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살릴까 뺄까를 두고 벌이는 심약한 갈등쯤이야 이해할만 하다지만, 예의 ‘과잉진료 피하는 방법’에서도 ‘치과가 마치 물건을 파는 백화점이나 시장처럼 느껴진다면 그 치과를 나오는 편이 낫다’고 적고 있습니다. 아무리 아닌 척 시치미를 떼도 그런 상업적인 낌새는 환자들에겐 의외로 빨리 전달됩니다. 

그래서 경륜 있는 몇몇 분들은 ‘작은 치과’를 외칩니다. 폼 나게, 크게는 치과에 환자들이 들끓던 호시절에나 있을 법한 개원방식이라는 거지요. 지금은 할 수 있다면 최대한 비용을 줄이는 것이 초기고정력을 높이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란 설명입니다. 음식점을 고를 때도 무조건 대형식당을 찾지는 않지 않습니까? 오히려 작고 허름하지만 뭔가 있어 보이는 식당에 더 눈길이 가기도 합니다.

어떤 분이 ‘가끔 간판만 보고 식당을 선택할 때가 있는데, 놀랍게도 그게 맞아 떨어지더라’고 자랑하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몇 자 안 되는 간판이지만 그 안에 주인장의 성품과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가게 앞을 지나는 손님들이 ‘맛있을 것 같다’고 유추하도록 하는 단서라곤 그 작은 간판 하나가 전부인데도 이런 집들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후끈 열기가 느껴집니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업장이 바로 ‘준비한 재료만 다 팔면 문을 닫는다’는 배짱 두둑한 전문식당들입니다. 테이블 몇 개 놓고 하는 작은 가게가 대부분인 이런 식당들은 해가 창창하게 남은 오후 4시쯤에 자랑스레 셔터 문을 내리기도 합니다.

치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지만 개성 있는 치과로 스스로를 가꾸면 환자들은 냄새를 맡고 저절로 꼬여들게 되어 있습니다. 굳이 조건을 붙이지면, ‘치료선택권은 환자에게 주라’는 정도인데요. 치과의사들은 일방적인 치료계획이 환자들을 얼마나 당혹스럽게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앉은자리에선 동의를 해도 환자들은 아마 거리로 나서는 순간 다른 치과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릴 것입니다.

 

 

치료선택권은 마땅히 환자에게..

 

과잉진료란 대개 환자와의 유대감이 부족할 때 나타납니다. 담당의사와 환자가 구강건강이라는 미래지향적 동반자관계에 있다면 구태여 과잉을 떠올릴 필요조차 없어집니다. 그런 유대를 형성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가 바로 환자의 치료선택권이란 점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결국 두 가지를 얘기한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나는 작고 개성 있는 치과로 가꾸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환자와의 유대에 더욱 신경을 쓰시라는 것입니다.

‘과잉진료’가 엄연히 존재한다면, 그걸 공개적으로 지적한 분에게 화를 낸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따져 그런 불합리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풍토를 바꾸는 것이 모두에게 최선입니다. 비난보다는 칭찬이, 체념보다는 희망이 항상 값진 결과를 가져다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