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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SIDEX와 '입법로비'를 연결시킨 놀라운 창의력

주간조선의 '치과계 찔러보기' 두 번째 시리즈

주간조선이 이번엔 SIDEX를 겨냥했다. 서울시치과의사회는 매년 15억원 안팎의 SIDEX 수익금을 비자금 형태로 운영해왔으며, 이 중 일부가 치협으로 흘러 들어가 국회의원들의 ‘책값’ 등 입법로비에 사용됐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검찰이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이런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힌 점이다. 대체 누가, 왜, 치과계를 함께 구렁텅이로 몰아갈지도 모를 이런 미확인 정보까지 검찰에 흘리게 됐을까? 유감스럽게도 해답은 기사 중에도 나와 있다.

“익명을 요구한 치과기자재 단체의 한 인사는 ‘행사를 공동으로 주관하고 나면 우리한테는 거의 수익을 분배하지 않고 서울치협(서치)에서 다 가져갔다. 정산금을 제대로 분배하지 않았고 치협 통장이 아니라 별도의 통장을 이용해 자금을 관리한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서치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어제(20일) 오후에 뿌린 보도자료를 통해 서치는 “대한치과기재협회(현 치산협)와 SIDEX를 공동개최하는 동안 1년에 2차례씩 양 단체 감사 입회하에 회계 및 재정 전반을 포함한 감사를 실시했고, 그 내용을 매년 대의원총회에 보고하는 등 적법하고 투명하게 집행했었다”며, 그럼에도 이런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는 건 ‘제보자 스스로 자신이 속한 치재협의 대표성과 투명성을 부정하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서치 권태호 회장도 주간조선에 대해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치과계를 또 다른 혼란으로 몰고 있는 이번 기사에 많은 치과인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민형사상 모든 법적 절차를 동원해 반드시 허위보도의 책임을 묻겠다”고 톤을 높였다.

 


서치는 보도자료 통해 ‘허무맹랑한 내용’ 반박

 

하지만 이번 사안은 발끈한다고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보도대로 라면, 어떤 연유로 시작됐건 이미 검찰이 치협의 입법로비 수사 범위에 SIDEX 수익금을 포함시켰다는 의미인 만큼 제기된 의문들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든 혐의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 된다. 주간조선이 제보자를 통해 제기한 문제는 다음의 세 가지 정도이다.

첫째, 치협이 시덱스 공동개최 단체인 치재협의 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관리하고 유용한 사실이 있는지.둘째, SIDEX의 수익금 중 일부가 서치를 통해 치협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이 있는지. 셋째, 서치가 SIDEX 정산금을 공동주최 단체와 제대로 분배하지 않고 별도의 통장을 이용해 관리한 적이 있는지.

만약 서치의 주장대로 위 내용이 모두 허무맹랑한 거짓이라면 주간조선과 익명의 제보자는 마땅히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SIDEX는 10여년에 걸쳐 국제적으로 명성을 쌓은 한국을 대표하는 치과기자재전시회이며, 이런 미확인 보도들이 결국 SIDEX의 국제적 신뢰에 흠집을 내게 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서치가 왜 뒷말이 나지 않도록 진즉에 주변을 잘 감싸 안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치재협과의 결별 과정에서 생긴 억측들은 그동안 줄기차게 치과계에 회자돼 왔었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 주장들을 잠재울 결정적인 뭔가가 서치의 대응에선 늘 미진해 보였다. 사단은 그렇게 보이지 않게 덩치를 키우더니 ‘입법로비’라는 연결고리를 찾자마자 결국 물 밖으로 솟아 오른 것이다.

 


중요한 건 '치과계가 찢어지지 않는 것'

 

이번 건의 수습을 통해 이제 서치가 능력을 보일 차례이다. 뒤숭숭한 치협을 따라 서치마저 ‘입법로비’의 틀 안에 갇혀선 곤란하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는 이미 외부 감사까지 다 받았잖느냐’는 주장만으론 부족하다. 필요하다면 다시 한 번 장부를 들춰 보여주고, 그래도 모자라면 2012년 10월에 했던 것처럼 양 당사자가 공동기자회견이라도 열어 수익금과 공탁금 등 당시의 합의내용과 절차상의 적법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킬 필요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치과계 내부가 찢어지지 않는 일이다. 다행히 치산협 측도 ‘우리 쪽에서 그런 제보를 했을 리 없다’고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업계는 다만 이번 기회에 SIDEX의 서치가 현재의 위치에서 한 발만 더 내려서 주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