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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치개협이 '전다르크'에게 건넨 돈은 총 7,800만원

'이 중 2천만원은 대여금..꼭 받아낼 것'

대한개원치과의사협회(치개협)이 지난 15일 비상대책회의를 가졌다. 치과의사 커뮤니티 사이트에 뜬 닉네임 ‘전다르크’의 글 한 줄이 순식간에 엄청난 파장으로 덩치를 키워 치개협 전체를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서울역 5회의실에서 가진 이날 회의의 목적은 그러므로 관련 쟁점들을 정리, 향후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는 이태현 회장과 이종수 전 회장 그리고 사건 당시 회계책임자였던 전성우 원장도 참석했다. 먼저 전성우 전 사무총장이 치개협과 전다르크 사이에 금전이 오가게 된 연유와 내역을 설명했다. 정리하면 이런 얘기가 된다.

 

 

돈 모아 소송 도왔더니 보상금은 혼자 쓰겠다?

 

-치개협이 불법 네트워크와의 전쟁에 나설 당시 Y플란트 쪽 제보자론 유일하게 전다르크가 떠올랐다. 전다르크는 이미 Y측과 소송 중이었고, 변호사비로 3천만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고민 끝에 내부고발의 필요성을 인정, 처음엔 1천만원을 지원했다. 이후 ‘전다르크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글을 커뮤니티에 올리자 후원금이 많이 들어왔고, 그 돈에서 나머지 2천만원도 지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직원들 4대보험료와 기공료 때문에 통장이 모두 압류된 상태여서 생활이 어렵다며 다시 2천만원을 요구했다. 그래서 임원진과 상의 끝에 ‘이 돈은 지원은 어려우니 빌려주겠다’고 하고, 전다르크 동생 계좌로 2천만원을 보냈다. 차용증은 작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전다르크는 기공료와 4대보험료 얘기를 다시 꺼냈다. 지난번에 빌려주지 않았느냐고 하니 다 해결을 못 했다며 지원을 못해주면 (협조를)멈추겠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상의 끝에 치개협 성금이 아니라 개인 성금 차원에서 2천만원을 모금해 보냈다.

여기에 민사소송 변호사비로 다시 800만원을 지원해 치개협에서 전다르크에게 건너간 돈은 모두 7,800만원이 됐다. 이 가운데 3,800만원은 치개협이 공식 지원한 돈이고, 2천만원은 전다르크 개인 지원 명목으로 모금해 건넨 돈이며, 나머지 2천만원은 빌려준 돈이다.

그런데 전다르크는 대여금을 개인 성금으로 모은 돈과 혼동했는지 2천만원을 갚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차용증을 받아두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치과의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마치 마르지 않는 화수분 같다. ‘이러저러 해서 돈이 필요하다’는 글 한 줄에도 큰돈이 모인다. 자금의 집행도 임원 몇 사람이 모여 결정하면 그만이다. 전성우 원장은 관련 증빙들을 모두 갖고 있다고 했지만, 집행부가 바뀌도록 제대로 된 감사 한 번 없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회무구조이이다.

이태현 회장은 ‘회의 결과를 종합해 필요하면 법적조치를 취해서라도 받아야 할 돈은 받아 내겠다’고 밝혔다. 선의로 모금에 응한 다수 치과의사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집행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이날 비상대책회의가 짚은 두 번째 사안은 전다르크와 지난 선거에서 치협 부회장 후보로 출마했던 K 원장 간에 빚어진 치과 명의대여 문제였다. 이 문제와 관련해 치개협은 ‘전다르크’와 K 원장 사이에 서로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다르크의 경우 통화가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커뮤니티에 마지막으로 올린 글을 최후진술로 간주했고, K 원장에겐 본인과 직원들에게 별도의 진술을 받아 조사 중이지만, 명의 대여의 목적 부문에서 서로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 이 부문 역시 조사가 끝나는 대로 대응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것이 이날 회의가 밝힌 치개협의 공식 입장이다. 

 

 

무너진 도덕성.. 치개협에도 큰 상처

 

이태현 회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치개협이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만큼 차기회장이 정해질 때까지 회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것. 또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임시총회를 소집해 정관개정에 나서겠다며, ‘살을 깎는 아픔으로 치개협을 재정비 하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치개협은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어느 분야건 개혁의 기치를 들기 위해선 먼저 스스로 깨끗하고 투명해질 필요가 있지만, 이번 일로 치개협은 전혀 그러질 못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치개협이 이번 ‘전다르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