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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소아치과학회가 '소아청소년치과학회'가 된들…

진료과목명은 별개, 필요하면 다시 절차 밟아야

대한소아치과학회(회장 이상호)가 지난 26일 서울대치과병원 내 학회 사무실로 기자들을 불렀다. 짐작대로 명칭변경에 관해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금요일 오후임에도 이상호 회장과 이재천 부회장, 김재곤 총무이사, 최형준 법제이사 등 많은 임원들과 양정강 고문이 함께 자리했다. 요지는 이랬다.

“소아치과학회는 2007년 10월의 임시총회를 통해 대한소아청소년치과학회로의 개칭을 의결하고 치협에 수차례 명칭개정을 요청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8월 29일 치협 학술위원회 안건으로 올라 투표를 통해 명칭변경이 가결됐다. 하지만 9월 16일 열린 치협 이사회는 학회 영문명칭과 개칭 사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승인을 보류했다. 학회는 치협의 이 같은 결정을 이해하며, 이사회의 요구사항에 맞게 서류를 보완해 다시 제출키로 했다, 추후 치협 이사회도 학술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리라 믿는다,” 

표현은 부드러울지 몰라도 언중에 숨은 속뜻은 묵직하기 그지없다.

 

 

소아치과학회는 이날 ‘소아청소년치과학회’로의 명칭 변경이 진료범위 확대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소아과가 소아청소년과로 개칭했듯이 의료의 발전이나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맞춰가려는 것이며, 학회 혹은 진료과의 명칭이 사회통념과 맞지 않은 데서 오는 혼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따라서 진료범위의 확대 없이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영구치열이 모두 완성되고 구강 내 성장의 역동적 변화가 끝나 안정되는 시기인 15세를 기준으로 구분 하겠다’는 것.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아치과학회의 의도가 학회 명칭변경에 국한한 것인지 아니면 진료과목의 명칭변경까지를 염두에 둔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학회 측의 설명대로 이 문제가 학회 명칭변경에 국한한 사항이라면 고민의 여지는 많이 줄어든다, 왜냐하면 학회 명칭과 진료과목 또는 전문과목의 명칭은 법률상 별개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학회 명칭 변경은 치협 이사회의 승인을 얻는 즉시 효력을 발생한다. 더 이상의 법적 행정적 절차가 필요 없는 사항이다. 하지만 진료과목이나 전문과목의 경우는 다르다. 이들 명칭은 의료법 시행규칙에 올라 있는 사항이므로 치협 이사회를 거쳐 ‘치과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및 의료법 시행규칙(보건복지부령)을 개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개칭이 확정된다.

2007년 소아과를 소아청소년과로 바꿀 때가 그런 경우인데, 이 때는 소아과개원의협의회가 주축이 돼 의료법 일부 개정을 통해 간신히 진료과목명을 변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료과목명이 바뀐 이후에도 학회는 지금까지 대한소아과학회라는 옛 명칭을 고수하고 있다. 10개에 달하는 소아 관련 학회 중 진료과목명을 따라 ‘청소년’을 삽입한 학회는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단 한 곳뿐이다.  

 

지금의 ‘진료범위 공방’은 쓸데없는 논거

 

정리하자면, 이번 건의 경우 의과와는 반대로 진료과목이 아니라 학회 명을 대한소아청소년치과학회로 바꾸자는 요구이므로 개칭이 승인되더라도 진료과목이 ‘소아청소년과’로 바뀌지는 않는다.

이렇게 보면 ‘청소년기 환자들을 통째로 흡수하려는 시도’니 ‘변함없는 15세 진료’라는 등의 공방은 이 부분에선 전혀 소용에 닿지 않는 쓸데없는 논거일 뿐이다. 진료과목 명칭을 바꾸기 위해선 어차피 별도의 절차를 거쳐 다시 한 번 개원가의 함의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소아치과학회가 진료과목에 대한 욕심 없이 학문적인 필요만으로 소아청소년치과학회를 주창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의 영역에선 case by case로, 예단 없이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리저리 엮어서 ‘이럴 것이니까 안 된다’는 건 자칫 치의학이라는 큰 틀에서의 존엄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