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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9월25일 오후, 서울행정법원 B205법정 풍경

'전문의 응시자격을 위한 마지막 변론'

살다보면 예기치 않게 법정에 서야할 경우도 생긴다. 어제(25일) 서울행정법원 B205호에 출석한 장영일 전 서울대치과병원장도 바로 그런 경우이다.

이날 오후 3시 반에 진행된 ‘치과의사 전문의자격시험 응시원서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 그는 원고 측 증인으로 참석했다. 조금 늦게 도착한 증인을 교정학회 정민호 기획이사와 법무법인 태평양의 유욱 변호사가 반갑게 맞았다. 피고 측 참관인으로 참석한  치협 이강운 법제이사도 다가가 인사를 올렸다. 장 전 병원장은 제자인 이 이사의 손을 맞잡고 ‘아이구, 이런 데서 이렇게...’ 하며 겸연쩍게 웃었다.

행정법원의 법정은 의외로 좁았다. 재판관이 입장하고 증인과 양측 변호사들이 자리를 잡자 곧 증인선서가 이어졌다.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그가 들었던 오른 손을 내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재판관이 유욱 변호사를 채근했다. ‘시작하시죠.’

 

 

원고 측 유욱 변호사는 증인신문을 통해 기 수련자들이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에 필요한 충분한 교육과정을 거쳤음을 입증하고 싶어 했다. 장영일 전 서울대치과병원장은 낮은 목소리로 ‘예’ ‘아니오’를 반복하다가 필요한 경우 길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기도 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전문의제도는 국민들에게 좋은 진료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을 넓혀주고 연관 학문의 발전에도 도움을 준다. 때문에 치과전문의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 더구나 기 수련자의 경우 전문의 응시자격만 주는 것이므로 문제가 될 게 없다. 지금은 2007년 이후 수련의들에게만 전문의 응시자격을 주고 있지만 그 이전이라고 해서 수련과정의 본질에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수련 기간에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기간은 당시 상황에 맞춰 더 필요하면 늘이는 것을 뿐, 2년은 부실하고 3년은 충실하다고 볼 순 없다. 치과교정학회의 경우 전문의제도가 시행되기 훨씬 이전인 95년부터 전문의에 대비해 인정의제도를 운영해 왔다.”

반대신문은 피고 측 송이정 치협 변호사가 맡았다. 송 변호사는 전문의와 관련한 증인의 과거 발언들을 들춰냄으로써 전문의에 대한 그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 왔음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가령 ‘증인은 과거 전문의 8% 안을 지키겠다고 발언한 적이 있지 않느냐?’ 같은 것인데, 이에 대해 장영일 전 서울대치과병원장은 8%는 전문과목별 8%인지 전체의 8%인지가 문젠데, 전체의 8%면 과목당으로 나눠 너무 적은 숫자‘라고 답했다.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같은 나라도 치과전문의 수를 10% 선에서 유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나?’엔 ‘그렇지 않은 나라도 많다’고 답했고, ‘의과의 전문의는 실패한 제도라고 말한 적이 있나?’에 대해선 ‘그건 메디컬 전문의의 전체 숫자 때문에 나온 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그러나 ‘치협이 왜 기 수련자의 전문의 응시에 반대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재판관의 질문엔 ‘치협 대의원총회가 다수 비 수련의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당연히 반대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답했다.

 

        ■ 사건 일반 및 진행 내용

 

신문이 마무리 되고 재판관이 몇 가지 보충질문을 하는 사이 송 변호사가 피고 측도 증인신청을 하고 싶다고 알렸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번 건은 어차피 법리적인 판단이 더 문제이므로 추가 증언이 그다지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송 변호사가 선선히 받아들이자 재판관은 그 자리에서 바로 판결 날짜를 잡았다. ‘10월 30일 오전 9시 50분.’ 지난 2월 25일에 사건이 접수된 후 모두 4차례의 변론기일을 거쳐 드디어 이날을 판결선고기일로 잡은 것이다. 폐정과 함께 원고, 피고 측 사람들은 홀가분하다는 표정으로 로비로 몰려 나왔다.

여기저기 인사를 마친 장영일 전 서울대치과병원장이 다시 이강운 법제이사와 손을 맞잡았다. ‘아이구, 이런 데서 이렇게...’ 그의 작별인사도 표정도 이곳을 들어설 때와 똑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