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최상묵 칼럼

'환자의 경험을 경험해야...'

[최상묵의 NON TROPPO]-<27>

 

의사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가진 사람을 치료 한다

사람 밖에서 존재하는 질병이 없기 때문이다. 환자가 없다면 의사의 존재도 필요 없고, 의사가 없으면 환자 또한 의미가 없어진다.

현대의학은 질병의 치료에는 과학적 이론과 방법만이 최상의 수단이가 생각 뿐 질병을 가진 사람에 대한 연구는 소홀히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의학은 질병 자체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과학적 의학과 환자 중심으로 치료의 본질을 강조하는 인문학적 예기의 관점이 서로 대립되는 차이점과 유사점을 공유하고 있다.

 

과학적의학지식과 예기에 속하는 경험적 지식을 통합해서 질병치료에 어떻게 적용시키는 문제가 현대의학의 과제이다. 현대의학은 과학적 객관적 지식만이 유용한 정보이며, 경험적 지식은 주관성이 좌우되고 변화무쌍하고 애매한 것이기 때문에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실 의사들이 지니고 있는 지식은 학문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지만 또한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것도 임상의사에게는 중요한 주제가 되는 것이다. 경험은 지각(知覺, perception)과 인지(認知, cognitive)를 통해서 얻어지는 정보이기 때문에 지식의 새로운 범주를 창출해 보다 넓게 지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의사들 환자에게서 정보를 수집해 그 정보를 근거로 해서 진단과 치료를 하면서 경험을 점차 조직화해 나가게 된다. 많은 경험을 통해서 상황에 대한 침척성도 얻게 되고 관대해 지게도 된다.

 

환자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 무엇이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도 알게 된다. 또 어떤 환자가 누구인가도 배우게 된다. 병원 안에서 일어나는 의학 밖의 갈등까지도 소화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긴다. 그래서 실천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을 배우면서 조련하고 숙성된 임상의사가 되어가는 것이다. 의사가 배움을 얻게 되는 경험은 주로 다른 사람을 통해서 얻어지는 경험이다. “환자의 경험을 경험하는 것이다

 

임상의사는 의학 지식뿐만 아니라 세상사에 관한 일반적인 지식은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한 지식을 통해서 환자의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 능력이 곧 의사의 깊이가 된다. 과학자로서의 의사보다 인간으로서의 의사가 더 병든 사람이 경험한 모든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의사는 많은 질문과 의문을 가지고 더 자세히 관찰해야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또한 환자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야만 풍부한 정보를 얻게 된다. 환자와의 인간관계를 잃으면 의학지식의 원천을 함께 잃게 되는 것이다.

 

의사의 인간적 권력은 환자의 손을 잡아주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평범한 행위에서 권위의 힘이 생기는 것이다. 과학적 의학교육 지식은 풍부하지만 인간적인 권력을 구현시키지 못하는 의사는 허울만 갖춘 의사에 불과하다. 의학에서 치료(curing)와 치료(healing)은 구별된다. 의학적 기술을 통해서 질병이 치료되었다 하더라도 치유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치료가 실폐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치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닌 의사 자신인 것이다. 현대 임상 의사들은 치유를 일으키는 인간적인 힘을 무시하고 과학적 의학의 힘에만 너무 의존한다. 치유의 힘은 과학이 아닌 의사에게 있다. 예기와 과학은 의사의 통제 밑에 의사의 마음속에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