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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히든카드 밥집 - 서초동 ‘복있는집’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41>

 

밥깨나 좀 먹고 다녔다는 사람들도 '밥집'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특히나 '밥 먹고 다니는 걸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이랄 수 있는 음식평론가들이라면 그들만의 '비장의 밥집' 하나 정도는 있을 거라고 추측을 하지만 실제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느 식당 하나만 편애 했다가는 밥숟가락을 잃게 될(직업을 잃게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지요.

저만 해도 여러 식당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나 식당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친구들과도 가는 또 다른 식당들까지 많이 있지만, 일단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비장의 밥집 하나는 숨겨두고 있습니다. 그래야 급히 누구를 접대해야 할 때 요긴하게 써먹을 수도 있고 또 칭찬까지 받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런 밥집을 '히든카드 밥집'이라고 부릅니다. 젊은 날을 고스톱이나 포커로 지새본 사람들은 압니다. 히든카드나 굳은자를 꼭 쥐고 있는 자가 결국 돈을 딴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여, 히든카드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결정적 보험일 수도 있고, 요령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커는 조금 다릅니다. 리베로 성격이 매우 강한데, 때로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버리는 카드로 쓰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조커 식당은 여럿 알고 있는 게 편합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히 쓰고 또 버리면 되니까요.

 

그렇다면 귀하는 히든카드 밥집이 있으신지요?

'복있는집'은 식당 이름입니다.

 

그렇다면 복요리를 하는 집이라는 말인지 아니면 이 집에서 밥을 먹으면 복이 굴러 온다는 집인지 애매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맞습니다. 메뉴 중에 복맑은탕(지리)이 있을 뿐더러 가끔 시라코(복어의 정소) 요리도 내니깐 일면 복요리집이기도 하거니와, 서울 시내에서 이렇게 음식을 정갈하면서도 손맛 있게 내는 집을 거의 보질 못했으니 손님은 절로 복 받은 기분이 든다는 말입니다. 다만 집의 외양이나 인테리어는 보통 이하라 보면 됩니다. 한정식 집치곤 시쳇말로 '구린' 집인데, 오히려 외양은 대궐처럼 꾸며 놓고 입에 맞지도 않은 국적불명의 퓨전 음식을 깔아 놓은 뒤, 1인당 10만원 훌쩍 넘게 받아내는 장안의 유명한 식당들 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인근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속을 풀러 이 집을 많이 찾는다니까 점심 메뉴는 찌개가 중심인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집 간판에 '복있는집'이라는 글자보다 서너 배는 크게 '찌개전문'이라고 써두었습니다.

그런데 저녁때가 되면 식당 초입의 유명 칼국수집에서 보다 더 큰 승용차들 기사들이 대기 중일 때도 많습니다. 그만큼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찾아오는 곳이라는 얘기겠지요.

주인의 고향은 전북 김제 사람이고 찬모는 서울 말씨를 쓰는데, 횟감 다루는 솜씨나 반찬들의 간을 봐서는 서울 쪽 솜씨가 더 작용하지 않았을까 여겨집니다. 손님 당 무조건 1인분에 6 ~8만원씩이니 조금 비싸다고 할 수 있지만, 밥 좀 먹어 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가격에 이만한 음식을 대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복 받은 일'이 아닐 수 없지요.

 

 외관은 아담하고 소박하지만 내부는 좀 그렇습니다.

 

  기본 장류들입니다.

 

메인 요리들이 나오기 전, 식전주 안주용으로 내주는 게장요리(방게)입니다.

 

  대학동기가 충남 서천에서 택배로 주문한 종천막걸리입니다. 이구동성 맛이 최고랍니다.

 

 

샐러드가 예전과 똑 같군요. 이런 걸로 배를 채우면 곤란합니다.

 민어회와 부레 그리고 광어회 조금.

 

 초여름이라 특별 주문했던 병어회입니다. 버터처럼 크리미합니다. 그래서 병어를 영어로 버터피시라고 부르나 봅니다.

  문어도 좀 맛보고요.

 

 두릅을 소고기와 같이 버무렸네요.

 

 해물전도 막걸리와 함께 하니 아주 맛납디다.

 

  시원한 배추 물김치.

 

  골뱅이도 조금씩 맛을 봐야죠.

닭도리탕인데 국물이 시원하면서도 달달합니다. 토마토를 좀 갈아 넣은 혐의가 있습니다.

 

아주 잘 삶은 수육 같아 보이죠?

 

  굴비인지 부새인지는 따지지 맙시다.

 

낙지도 나옵니다.

피니시블로우는 민어탕인데, 너무너무 시원했어요.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