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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오늘의 치과 치과의사

[함께 푸는 치과경영 10]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얼마나 힘이 드십니까. 경기는 바닥을 기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데 의료상업화까지 목전에 와 있습니다. 정말 얼마나 힘이 드십니까.

남들이 편하게 얘기하듯 ‘존경받고 돈 잘 버는’ 치과의사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속으로 파고들면 골치 아픈 일이 한 둘이 아닐진대, 그렇다고 인상을 찡그린들 달라질 것이 없어 그저 환자들이, 식구들이 봐주는 대로 말쑥하고 예의바르고 해피하기까지 한 원장님이 되어 오늘도 병원을 지키십니까?

오늘의 치과 치과의사를 떠올리다보면 정말 세상이 많이도 변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환자도 의료 환경도 갈수록 까다로워져 이전엔 없던 고민들이 자꾸 생겨납니다. 옛날 같으면 한 동네 하나가 고작이던 치과가 이제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새로운 장비, 새로운 임상술, 새로운 무엇 무엇이 달이 멀다하고 찾아드는 통에 그걸 따라가는 데만도 숨이 찹니다.

치과들은 왜 또 그렇게 고급스러워지는 겁니까? 고만 고만한 규모에 내부만 조금 산뜻하게 꾸며놓아도 환자들 대하기가 뿌듯했던 시절은 어디로 갔습니까. 인테리어다 뭐다 돈을 쏟아 부어도 자꾸만 화려해지는 치과들을 따라잡지 못합니다. 경쟁이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은 사회구조 속에서 부대끼는 걸 피하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어디까지가 의료이고 어디까지가 경영인지 분별이 모호합니다.

환자들도 마찬가집니다. 이젠 아예 의사를 협박해 돈을 뜯자는 직업마저 생겨날 정돕니다. 성심껏 공들여 치료한 환자가 결과를 트집 삼아 어느 날 갑자기 무뢰배로 돌변할 때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심한 배신감에 말문이 막히고 맙니다. 더구나 그런 환자들을 부추기는 분위기마저 엄연히 존재합니다. 다 깔끔하게 일을 마무리하지 못한 내 탓이 크겠지만, 당할 때에야 어디 그런 따위가 대수겠습니까. 그저 빨리 이 기분 나쁜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게 되고, 그러다 보니 환자 같지 않은 환자와 봉투의 두께를 놓고 실랑이까지 벌이게 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나쁜 일들만 생각하다 보면 치과대학이나 치전원의 경쟁률이 왜 그렇게 높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천생이 치과의사여서 치과의사가 아니고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나 업보처럼 해쳐 낼 직업에 무모하게 뛰어드는 학생들이 가여울 뿐입니다. 하기사 그들이야 50이 넘도록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며, 시시때때로 세미나 같은 델 참석해 뭔가를 새로 배워야 하고, 옆 치과에 환자가 얼마나 드는지를 수시로 곁눈질해야 하는 직업이 치과의사란 걸 알기나 하겠습니까.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대단히 사랑하는 많은 치과의사들이 계십니다. 보셨겠지요?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공간에서 온 종일 환자들과 지내면서도 늘 편안한 얼굴을 하고 계신 분들 말입니다. 그런 분들 중 한 분에게 비결을 물은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매일 매일이 즐거우시냐’고 말이지요. 그랬더니 대뜸 ‘욕심내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욕심이라…, 딴은 맞는 말인 듯도 싶습니다. 욕심이 없는데 괴로울 게 무엇이겠습니까. 욕심이 없는데 아쉬울 게 또 무엇이겠습니까? 환자가 오면 오는 대로, 돈이 벌리면 벌리는 대로, 배워서 나눠주고 나눈 걸 거둬들이는 그야말로 면경 같은 생활이겠지요.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그 분 같은 입장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 분이 개원 빗에 시달린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 분이 일할 시간에 원장실에서 인터넷이나 검색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분이 진료실에서 환자들과 옥신각신 얼굴을 붉히는 걸 보지 못했고, 미국에서 공부중인 장성한 아들을 두고서도 송금 액수에 신경 쓰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욕심이란 대체로 채워질 것이 채워지고 난 연후에나 사라지는 법입니다. 아등바등 해봤자 달라질 게 없더라는 충고는 아등바등 살아온 시간을 지낸 연후에나 뱉어낼 수 있는 설법입니다. 그러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마음부터 비우라고요? 그럴 수 있다면야 좋기야 하겠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쉽겠습니까?

젊은 나이에 비교적 성공한 치과의사 한 분을 알고 있습니다. 이 때의 성공이란, 짐작하시겠지만 물질적인 부분을 일컫는 것이어서 이외의 주관적인 평판과는 무관합니다. 어쨌든 이 분 또한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대단히 사랑하는 분들 중 한 사람이긴 하나 치과를 경영하는 소신과 철학에선 앞서 예로 든 분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가령 이 분은 욕심을 부리면 부릴수록 성공도 크다는 철칙을 갖고 계십니다. 주위 치과보다 내 치과는 당연히 더 화려해야 하고 환자들에게도 응대에 걸맞는 치료비를 받아 냅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로워 특별히 얼굴을 찡그릴만한 사안과 부딪치지를 못했고, 따라서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마음에도 변함이 없어 보입니다.

어느 쪽이 맞을까요? 욕심 없이 소신껏 뿌리고 거두는 자세와, 욕심만큼 일을 벌려 수익을 얻어내는 경영자적 자세 중 어느 쪽이 마음에 드십니까. 선택이 무엇이든 두 경우 모두 나름대로 해피한 치과의사들이라는 점에선 차이가 없습니다.

어려움을 겪고 계신 더 많은 치과의사들에겐 미안한 예기가 되겠지만, 치과도 부의 편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초기 투자에서부터 그 차이는 아주 큽니다. 3억원을 투자한 치과와 10억원을 쏟아 부은 치과가 같아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요. 이런 경제논리에는 다들 익숙해져 있을 테니 긴 말은 않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 가야 할 건 그 속의 치과의사들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반드시 곁모양과 비례하지는 않더라는 점입니다. 많이 버는 만큼 많이 써야 하고, 많이 써는 만큼 관리해야 할 것들도 덩달아 늘어나기 때문인데..,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 결국 돈이 아니라 마음이란 얘기가 되겠지요.

 

 

듣기로는 치과의사에게도 직업적 생애주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20대에 수신을 하고 30대에 제가를 해서 40대에 치국을 하고 50대에는 평천하에 나서야 한다는 얘깁니다. 직설적으로 설명 드리면, 20대까진 치과의사로서의 소양을 닦고, 30대에 치과를 안정시켜 40대엔 치과계를 위한 활동에 나서고, 50대에 이르러선 경영자가 될 수 있어야 성공한 치과의사라는 의미랍니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는 모르지만...

2014년의 한국을 살아가는 치과의사들은 다양합니다. 행복한 치과의사와 그렇지 못한 치과의사, 성업 중인 치과의사와 그렇지 못한 치과의사들이 엉켜 돌아갑니다. 고민하고 일하면서 함께 엮어내는 '오늘의 치과, 치과의사'의 자화상입니다.

이 그림이 어떻게 보이시나요. 이제 각자의 생각들을 정리하실 때 입니다.

 

이 글은 필자가 2003년도에 모 전문지 창간기념호를 위해 작성한 기고문입니다. 11년이 지났지만 치과계는 어떤 의미에선 당시와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생각에 일부 내용만 수정해 다시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