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최상묵 칼럼

'세포의 자살(apoptosis)'

[최상묵의 NON TROPPO]-<26>

 

 

세포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생명 기본 단위이다. 인간의 몸도 거대한 세포들의 집단으로 형성된 하나의 구조물인 셈이다.

인간의 몸은 단순한 기계적 구조술이 아니고 유전적 조건이나 환경적 조건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유기체이다. 다세포 생물개체로 구성되어 있는 인간의 세포들은 세포 서로 간의 더 큰 이익을 위하여 서로 힘을 합치기도 하고 세포 자신을 파괴시키기도 한다.

 

많은 생물들은 생존을 위한 진화적인 절박성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수효가 너무 많아질 경우에는 자신들의 일부를 스스로 제거하는 자정작용을 하여 그 집단의 생존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 대표적인 본보기가 세포의 죽음이다. 조용히 진행되는 예정된 세포들의 죽음은 손상된 부위를 신속히 복구하고 죽은 세포들을 신속히 절도 있게 제거함으로서 새로운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새로운 조직을 탄생 시키는 것이다.세포의 죽음을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외부요인에 의해 우발적인 현상으로 세포죽음을 맞게되는 세포살해(cytocide)가 있고, 포유동물 세포에서 나타나는 격력하고 저항적인 세포 죽음인 괴사(necrosis)가 있다. 세포 살해나 괴사와는 다른 특이한 세포의 죽음이 세포자살(apoptosis)이다.

 

세포자살은 외부의 어떤 압력요인에 의한 죽음이 아니고 미리 예정되어 있었던 평화로운 죽음의 과정이다. 세포자살은 유전적으로 프로그램 되어 있는 과정이다. 세포자살은 세포막이나 세포안의 기관들은 정상적인 형태를 유지하면서 세포안의 핵내에서 존재하는 크로마틴 응집하여 세포자살 소체를 형성하여 세포 전체가 위축되어 조각조각 되면서 세포가 죽어 버리는 현상이다. 세포자살은 주변 세포들에게 아무런 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며 또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마치 조각가가 대리석 덩어리를 조각조각 깎아 가면서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내듯이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꼭 덧붙이는(보충) 일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조각을 깎듯이 떨어져 나가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매일같이 우리 몸에서는 100억개의 세포가 죽고 또 새로운 세포로 대체된다. 죽어 없어지는 세포는 어떤 공격을 받아 죽는게 아니라 세포자살에 의해 소리 없이 죽어 없어지는 세포를 말한다.

 

세포자살은 면역기능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면역세포는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손상되었거나 감염되어 비실거리는 세포가 스스로 자살을 하도록 유도한다. 면역세포의 방어작용으로 암세포가 증식 할 기회를 얻기 전에 미리 죽음을 택하여 제거되는 기전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암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종양형성 유전자와 종양억제 유전자가 세포자살 효과를 통해 세포죽음을 조절한다는 사실은 최근 연구에서 발견한 사실이다.

암을 일으키는 세포는 세포 죽음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세포자살의 능력을 잃는 세포를 말한다.

 

생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은 더 큰 이익을 위해서는 서로 힘을 합치고 협력하려는 유전적 강압에 의해서 세포의 기본 습성을 탈선하면 죽음의 형벌이 내려지는 것이다. 이 죽음의 형벌은 신()이 내려준 철학적인 죽음이다. 신이 내려준 형벌을 거역하거나 죽음의 형벌을 용케 피하는 이기적이고 경악스러운 세포가 있기 마련인데 바로 그 세포들이 암세포가 되는 것이다. 그 암세포는 몸 전체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마구잡이를 복제하고 번식하여 암세포 덩어리를 만든다. 암세포는 잠깐 동안의 죽음은 피하기 위하여 주인을 죽음으로 몰아 넣고 결국은 스스로 최후를 맞게 되는 것이다.

 

인간도 삶의 필요성 포기 행동으로 자살이라는 죽음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인간은 자살을 직접행동으로 옮기는 경우에 그 행동이 참으로 비겁하다는 것을 모른다는 점에서는 다른 하등 동물보다 더 하등수준이다.

 

자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인생에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것과 같다. 자살은 모든 인간에게 허용되는 최후의 만찬이다. 우리가 이 만찬의 잔을 아껴야하는 이유는 신으로부터 유한한 생명을 부여 받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군가에 의해 또는 질병으로 인해 죽임을 당하는 것만 생각할 뿐 자연적인 원인이나 노화 현상으로 죽는 것은 상상하고 싶지 않으려 한다. 죽음은 불길한 것이며 두려운 사건, 형벌이라고 생각한다.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의 모습은 마치 별이 쓰러지는 느낌과 같다

광활한 하늘에서 반짝이는 수백만 개의 별 중 하나가 짧은 순간에 없어지는 것과 같은...

마치 수백만 세포들 중에서 매일 같이 죽어가는 조용한 세포의 죽음처럼.....

인간이 미물인 세포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