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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린다우 노벨 수상자 회의'를 다녀와서...

[참관기]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조영단 전공의

 

임상치의학자의 꿈을 안고 D.D.S.-Ph.D. 과정을 마친 저는 인턴과정 후 치학연구소에서 박사 후 과정(Post. Doc)을 밟고 현재는 치주과 전공의로 진료실과 실험실을 오가며 주야로 바쁘지만 알찬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노벨상 수상자회의 참석자를 선발 공고를 보고 지원을 하게 되었으며, 20:1 의 경쟁률을 뚫고 1차적로 한국 대표 3인에 선발이 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린다우 재단 측의 승인을 얻어 ‘2014년 린다우 노벨 수상자 회의(생리, 의학분야)’ 한국대표로 참석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2014년 6월 29일~7월 4일은 인생에 단 한번 밖에 없을 너무나도 가슴 벅차게 설렌 1주일이었습니다.

회의첫날. 37인의 노벨상 수상자들의 입장으로 시작된 린다우 회의에는 세계 각국 600명의 젊은 과학자들이 모였고, 저를 포함한 참가자들은 기립박수와 환호로 그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한국에서는 3인의 여성 과학자가 참여를 했는데, 이는 국내 생리/의학분야의 여성파워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회의 첫 날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으로 우아하게 마무리가 되었으며, 이튿날 부 노벨상 수상자들의 강의 및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강의는 30분 단위로 진행이 되었고, 오후에는 수상자들과주제별로소그룹토의가이루어졌으며, 저녁에는 수상자들과 같이 저녁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이 되었습니다.

 

 

평생에 한 번 볼 수 있을까 싶은 노벨상수상자들이 한 자리에 계셨기에 눈을 두는 곳곳마다 자리하고 계셨으며, 언제든 궁금한 것을 질문할 수 있고, 토론도 하고 사인도 받고 기념 촬영도 하는 등 꿈같은 나날이었습니다.

평소 연구를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지만, 노벨상은 머나먼 이야기로만 느껴졌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린다우 회의를 통해 과학이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고 집중하는 사람에게 천천히 밝혀지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상자들의 연구 스토리와 젊은 과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연구와 목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연구 테마를 충전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대부분의 수상자 분들의 발표에서 공통점을 찾자면 •좋은 연구는 혼자 할 수 없다.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임상과 기초 연구는 따로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으며, 기초연구에서부터 임상적인 근거가 나온다 •생활 속에서 궁금한 점을 발견하고 깊게 생각하라 등을 꼽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35세 이하의 젊은 과학자들이 모이다 보니 관심사뿐만 아니라 인생의 방향도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한국의 연구 환경(연구비, 과제수행, 실적 등)이 가지는 어느 정도의 문제점이 다른 나라에서 일하는 연구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게 되어 동질감 및 위로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임상과 기초 연구 간의 융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부 선진국 의사들의 얘기에는 한국의 의료 현실이 바뀌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한자리에 모인 만큼 마지막 날 저녁에는 전통복장을 입고 international party가 이루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여성 3인이 참여한 만큼 한복을 준비해 갔으며, 알록달록한 고운 색깔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치과의사로써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린다우 회의’에 참석으로 하였고, 특히나 참가자 중에 유일한 치과의사라는 점이 높이 평가되어 뉴스 보도가 된 것에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임상에 집중되어 있는 치의학 분야의 현실을 반영하는 부분이라고도 생각이 되어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기초 학문이 발전하지 않고는 응용학문이 발전할 수 없으며, 기초와 임상의 소통이 없이는 큰 발전을 이루기는 힘듭니다. 저의 작은 노력이 향후 치의학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임상과 기초의 융합을 위한 튼튼한 교량역할을 하고자 오늘도 curettage와 pipetting을 멈추지 않습니다.

이러한 저의 작은 노력을 높이 평가해 주시고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 감사드리며, 기초 연구에 대한 호기심과 가능성을 펼쳐주신 분자유전학교실 류현모 교수님, 임상에서 연구능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는 치주과 구영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