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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누드 마케팅 1: 돌아온 추자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40>

 

   신장개업한 동양백화점 나이트에서 (1980 경) 인기가수 김추자의 공연이 있었다. 

 “추자!”는 곧 “Let's Dance" 라는 뜻인지 원조 댄싱가수의 현란한 춤은, 기름지고 뇌쇄적인 음색과 함께 그녀의 상표였다.  공연 막바지, ”늦기 전에“던가?  두 어깨를 격하게 흔드는 동작에 드레스 어깨끈이 흘러내리면서, 새까만 꼭지로 하여 더 희고 탐스러운 젖가슴이, 밝은 조명 아래 눈부시게 드러났다.  순간 객석은 숨이 멎은 듯 조용해지고, 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는 내 목젖이었나?  하기야 필자 또한 피 끓는 30대 청춘이었으니까...  슬로비디오처럼 매우 천천히 어깨끈은 원위치하고, 춤과 노래는 그대로 이어졌다. 

다음날 시내 젊은 술꾼들 사회는 술렁거렸다.  노출이 돌발 사고였는지 신중현 사단의 신중한 기획·연출인지, 의견이 분분하였다.  그날 밤 클럽은 서서라도 마시겠다는 사내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는데, 애석하게도 고대하던(?) “사고”는 없었단다.  첫날의 해프닝이 “고도의 팬 서비스”나 “누드 마케팅”이 아니었기를 바라는 마음, 이건 또 무슨 심보였을까? 

김추자씨가 33년 만에 컴백했다는 소식에 문득 떠오른 추억이다.  말 그대로, “나야 고맙지 뭘!” 

 

   해롤드·로빈스의 70년대 밀리언셀러, “The Lonely Lady”의 헤로인은 미모의 극작가 JeriLee다.  그녀의 막나가는 오스카 수상소감: “내가 한 일은 제작자 거시기에 올라앉고, 스타의 그 곳을 XX 하며, 감독 부인의 거기를 OO 하는 것뿐이었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화를 만들어 내야 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나를 최고 작가로 뽑아주신 아카데미 위원들께 감사하며, 존경의 뜻에서 제 그림을 보여드립니다.” 

 목 뒤 끈을 풀어 드레스를 벗자 실 한 오라기 없는 누드다.  가슴에서부터 거꾸로 그린 황금빛 오스카 트로피는, 납작한 머리가 그녀의 체모와 뒤섞이면서 끝나 있다.

 연전에 젊은 스타들의 자살로 팬들을 당혹하게 한 성 상납의혹사건의 오리지널을, 로빈스 특유의 과장과 적나라한 필치로 표현하였다.  피나는 경쟁과 음모, 거액의 투자와 스타 유치 전쟁이 벌어지는 할리우드에서, 인간을 움직이는 궁극적인 동기는 결국 “리비도”라는 것이다.  “원초적 본능” 한편의 영화로 스타가 된 섀론·스톤: 클로즈업된 푸른 눈동자와 금발은 숨 막히는 성적매력의 원천이지만,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색깔이 너무 연해서(light), “눈에 잘 띄지 않음(nonentity)”으로 변신한다. 

 눈길을 잡아 근접촬영 거리까지 이끄는 과정이 바로 성공스토리의 핵심인 것이다.   그러기에 매력이라는 어휘 자체가 바로 “끌어들이기(attraction)” 아닌가.  영화등급 심사의 주요 포인트는 Graphic ·Brutality ·Language로 요약된다.  전통적으로 여성 노출은(Graphic: Nude) 성기의 정면 촬영과(Hair) 옷을 입었어도 다리 벌린 자세가 금기였다.  “원초적”은 바로 이 두 터부를 동시에 깨뜨렸고, 섀론은 카메라를 사정거리 이내로 끌어들이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많은 스타들이 뜨는 과정에서 누드 마케팅의 전력이 있고, 그 역사는 무성영화 시절 헤디·라마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실베스터·스탈론은 아예 포르노에 출연한 과거도 있다.

 

   한류열풍이 거셀수록 줄줄이 탄생하는 걸·그룹의 경쟁도 치열하다.  우리사회는 전통적으로 노출에 엄격했지만, 오늘날 윗세대들 덕분에 훌쩍 커진 신세대는, 야시시한 마이크로팬츠 차림에 쭉쭉빵빵 몸매로 거리를 활보한다.  노출은 일상화되고 얼굴은 V 라인으로 통일 되었으니, 도무지 “나만 봐!”라고 남보다 “튈” 방법이 없다. 

 그래서 춤이요 누드 마케팅과 결합하여 “쩍벌 춤”이 탄생한다.  문학과 미술 특히 공연예술을 관음증의 변형으로 보는 저급한 시각이 있다.  그러니까 한국산 각선미에 배가 아파서, 우리 걸·그룹들의 노출과 춤에 시비를 거는 일본 혐한(嫌韓)파들의 열등감을 너그럽게 이해하자.  우아한 귀족 견이 나무란다, “왜 더럽게 똥을 먹냐?”
 똥개 왈, “야, 남 밥 먹는데 제발 똥 애기 좀 하지 마!”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단다.

 

 

 

 

 

 

 

글: 임철중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대전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

대전`충남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 창설 및 이사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문화상 수상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로대상 수상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 창립 및 회장

대전방송 TJB 시청자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단 이사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