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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읽고...

[독후감] 부산대 치전원 3학년 편정혜

 

 

세상이 미쳤다.

요즘 이런 생각을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 정말 세상이 미쳐가고 있는 것 같다. 뉴스를 보면 더 그렇다. 잔혹한 살인, 폭력, 사기부터 정치계까지 멀쩡한 사람들이 다 어디를 갔나 싶다. 그런 말이 있다. 미친 세상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가려면 자신도 미쳐야 한다고.

그래서 일까? 의료는 더 이상 사람을 향하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어가고 치과의사는 돈 잘 버는 사람 혹은 등쳐먹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미쳐가는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정말 이렇게 미쳐야만 하는 것 일까? 이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은 ‘그렇지 않다.’이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정상인 상태를 유지해야한다. 치과의사가 될 사람으로서 사회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세상을 똑바로 상대해야 한다. 아직 미숙한 나에게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반성을 하고 많을 생각을 하고 또 많은 점을 느꼈던 것 같다.

 “사람들은 대개 죽는 사람들을 보고 '와 죽노' 카지예. 그렇지만 사실 산 사람들한테 '와 사노' 카고 물어야 하지 않겠습니꺼?”

 그렇다. 우리는 왜 살아가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매일을 강을 따라 떠내려가는 나무토막처럼 정처없이 목적없이 세월의 흐름에 우리를 맡겨 버린 채 살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일까? 이 책을 보다가 <나는 정말 행복합니다.>라는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이장댁이 말한 이 구절이 이상하게 내 마음에 박혔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목표는 중요하다. 처음에는 목표가 있고 의지도 굳지만 막상 원하는 길로 들어서면 여러 가지 장애물과 나태함속에 초심을 잃어버리기 쉽다. 나만 해도 그렇다. 치과의사가 되고 싶어 공부를 결심했던 순간 나 스스로 했던 약속들. 나의 주위사람들부터라도 ‘돌봄’으로써 나중에 사회의 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치과의사가 되겠다던 나의 다짐.

하지만 학교생활이 시작되고 바빠지니 막상 주위 사람들마저 챙기는 게 버거웠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나면 남을 위해 시간을 쓰기 보다는 쉬고 싶었고 ‘난 체력이 약해서 쉬어야 해. 나중에 치과의사가 되어서 남을 도우면 되지.’ 하며 스스로 내 다짐에서 멀어지는 것을 정당화시켰다.

그런데 책을 읽는 동안 이장댁과 다른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이 “와 사노?” 카며 내게 내 인생의 목표를 물어온다. 순간 내가 원래 나아가고자 했던 치과의사상에서 멀어지고 있는 나의 나태함을 발견하고 이내 부끄러워진다. 다시 숙연한 마음으로 초심을 되새겨본다.

 

나의 인생 목표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행복”이다. 세상에 행복하기를 바라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 책에는 정말 마음 아픈 사연들이 많이 실려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사람들은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나의 부러움을 사고 나를 부끄럽게도 했던 이장댁만 해도 그렇다. 세상 사람들이 이장댁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안됐다, 불행하겠구나'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장댁은 정말 행복하다 말한다.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감사한 걸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또 감사하고 그래서 행복하고, 안 웃으려고 해도 계속 웃음이 난다고.

난 스스로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웃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았지만 그렇게 많지 않았다. 정말 행복감에 젖어 있기 보다는 오히려 이 행복이 언제 깨어져 버리진 않을까 하는 걱정과 초조함이 내 마음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조그만 장애물에도 투덜거리고 내 인생이 드라마 같고 나는 불운의 주인공 같다며 우울해 하고 비관적이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렇게 느껴질 때에는 무엇 하나 즐거운 것이 없고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기 어렵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나는 내가 가고자하는 길을 걷고 있고 내 꿈이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고 그 행복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얼마나 세속적인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지 새삼 느꼈던 것 같다. 또 많은 잡다한 내 욕심과 이기심, 나태함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아가 겸손함이 무엇인지 다시 배우고 내가 가진 행복에 감사할 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만날 사람들의 인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함께 공유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인지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치과의사가 되기 전에 다시 정신적인 청소를 한 느낌이랄까?
 이장댁이 다시 “와 사노?” 하고 물어온다면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할 것이다. “행복한 치과의사가 아닌 행복을 전도하는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갈고 닦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후기]

이 원고는 부산대 치전원 정태성 교수가 3학년 소아치과학II 강의에서 과제물로 받은 160편의 독후감 중 표절검사와 전문가 심사를 거쳐 뽑은 우수독후감 입니다. 좋은 작품을 추천해주신 정태성 교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