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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눈치보길까?.. 의사협회의 모호한 파업 스탠스

하자는 것도 아니고, 말자는 것도 아니고..

의사협회가 발표한 파업 찬반투표 결과는 대체로 경이적이다. 총 90,710명의 심평원 등록 회원 중 4만8,861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3만7,472명이 파업에 찬성했으므로, 투표율 53.87%에 찬성률은 무려 76,7%에 달한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의사들의 대정부 투쟁의지는 매우 확고해 보인다. 집행부가 더 이상 뭘 추가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예고대로만 집행해도 충분히 힘을 얻을 수 있는 결과이다. 하지만 시도지부장회의 이후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노환규)가 내놓은 파업안은 투표결과와는 다르게 상당히 힘을 들어낸 모양세다.

우선 10일의 총파업을 집단휴진으로 강도를 한단계 낮췄다. 11일부터는 준법근무의 형태로 투쟁을 이어가다가 24일에 가서야 총 파업에 들어간다는 일정이다. 다소 혼란스럽지만 정리해 보면, 결국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 결정하겠다'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의협은 왜 서슬퍼런 당초의 파업안을 유지하지 못하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서로 다른 90,710명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다.

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건을 한번 꼽아보자. 가장 바람직한 경우는 전국의 민간 의료기관이 올 스톱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국민 고통분담 차원에서 보험수가를 절반으로 깎겠다'는 말도 안되는 정부 발표가 있지 않는 한 기대하기 어렵다.

그 다음으론 전국의 동네의원들의 일제히 문을 닫는 경우이다. 의협이 노리는 파업의 기본 그림도 바로 이런 모습이다. 하지만 모양 좋은 그림을 만들 방법이 도저히 없다고 생각될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집단휴진 같이 잘 드러나지 않는 애매한 자세로 분위기를 살피는 도리밖에 없다.

의사 90,710명 중 병원급 이상에 근무하는 인력은 52,797명이다. 의협의 주력군인 의원에는 35,556명이 소속돼 있고, 보건기관에도 2,247명이 근무 중이다. 이 가운데 의원에 소속된 35,556명만 적극적 참여군으로 확인돼도 의사협회의 뒤끝이 미지근해질 이유는 없다.

다시 말하면 '아무리 투표률이 높고 찬성률이 높아도 원장님들이 빠진 찬성표는 기분용이지 거사를 실행하는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의협이 현재 처한 상황이 그러하리란 짐작은 투표결과 발표 이후의 시도지부장회의에 겨우 몇몇 지부장들만 모습을 드러낸데다 의협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충남과 경남지부 만이 파업참여를 결의하고 있다는 점에 근거한다. 그것도 회원 각자의 참여여부엔 관여하지 않겠다는 단서를 달고 말이다. 결국 의협의 이번 파업사태는 정부의 대응 정도에 따라 용두사미가 될 조짐이 확연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치협을 비롯한 의료5단체이다. 의료5단체는 오늘자로 성명을 내고 의협의 파업을 지지한다고 덜컥 발표하고 말았다. 의협 내부에서도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 파업을 그림자만 보고 선뜻 발을 들이민 꼴이다.
파업국면을 수습할 의협의 출구전략에 더해 치협의 출구까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