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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그들,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숙명의 세대

일요일 샤인덴탈학술대회에서 만난 젊은 열정들-

지난 일요일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 8회 2014 샤인덴탈 학술대회는 참가자들 중 젊은 치과의사들의 비중이 유난히 높아 보였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를 따지다가 결국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숙명의 세대’를 떠올렸다.

이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을 일군 선배들의 무용담을 저마다 가슴에 품고 개원가에 발을 들였다. 10여년 전만해도 성공의 방식이 비교적 다양했지만, 2010년대로 접어들어서는 실력이 아니고선 치열한 경쟁을 뚫을 무기가 마땅치 않게 됐다.

한 때 유행했던 대형 치과도, 공동개원도, 네트워크 브랜딩도 늘고 늘어나는 치과 앞에선 속수무책이 되고 말았다. 그런 다음에야 치과의사들은 비로소 현실에 눈을 떴다. 실력이 아니면 치과의사로서의 삶 자체에 부담이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기회만 되면 공부하려는 습성은 아마 그렇게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기꺼이 가서 듣고, 보고, 메모하는 일상은 불안정한 미래를 위한 일종의 담보인 셈이다.

 

 

하루 종일 가득 찬 코엑스 그랜드볼룸

 

이번 학술대회 프로그램도 다분히 이런 공부하는 젊은 치과의사들을 겨냥한 듯 보였다.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약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경험을 나눠주는 강연은 때론 교과서보다 훨씬 훌륭한 임상가이드가 되기도 한다.

가령 ▲마취에 관해 모르고 있던 이야기(한양대병원 치과 박창주 교수) ▲보철물 종류에 따른 tooth preparation(전주 미치과 신주섭 원장) ▲우리치과 시멘트 바꿀까 말까?(부산대 치의전 허중보 교수) ▲왜 내 환자만 아플까?(연세치대 정일영 교수) ▲치주치료 제대로 하고 있나?(목동예치과병원 이학철 교수) ▲구치부 레진수복 고수되기(청산치과 황성욱 원장) ▲Self-ligation Bracket의 효율적 사용 ▲본딩과 레진 바로알기(연세자연치과 곽영준 원장) 같은 토픽들은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안에 담긴 내용물을 설명해준다.

가장 좋은 설명은 듣는 이의 상상력을 끌어들이는 설명이다. ‘마취에 관해 모르고 있던 이야기’라는 토픽을 보고 많은 젊은 치과의사들은 ‘마취를 할 때마다 자신 없었던 경우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 강연이 그런 자신 없는 부분들을 명쾌하게 정리해주리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보철물 종류에 따른 tooth preparation’도 마찬가지이다. 임상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프렙을, 그것도 보철물의 종류에 따라 능숙하게 해낸다는 건 초보 치과의사들에겐 로망일 수도 있다. 그런, 딱히 어디라고 지칭하기 어려운 가려움을 오랜 임상경험을 동원해 시원하게 쓸어내리는 강연이야말로 학교와는 다른, 스스로 골라서 듣는 임상강좌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교과서에선 결코 배울 수 없는 것들

 

이날 오후엔 샤인-덴트포토 학술상 시상식도 있었다. 상의 주인공인 크리스탈치과 김일영 원장은 덴트포토에 교정과 임플란트 그리고 레진의 통합진료에 관한 케이스를 주로 올렸다. 이 상은 온라인 커뮤니티 ‘덴트포토’에 소개된 임상케이스 가운데 회원들이 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가리는 방식인데, 샤인덴탈은 여기에 600만원의 상금을 후원한다.

2회째 수상자인 김일영 원장은 ‘한 사람이 여러 가지 문제를 갖고 치과를 찾는 한국적인 상황에선 치료에서도 통합적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구강내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3명의 치과의사가 근무하는 크리스탈치과에선 각각 레진과 교정, 보철, 임플란트 치료를 담당하는 원장들이 수시로 협진을 논의하는데, 김 원장이 덴트포토에 올린 증례들은 주로 이런 치료과정을 거쳐 탄생한 케이스들이므로 교과서에선 배울 수 없는, 그러나 임상에선 반드시 부딪히게 되어 있는 문제들을 극복할 반짝이는 술식들이 군데군데 보석처럼 박혀 있다.

주인공 김일영 원장은 10여년간 매달 한편씩, 지금까지 100여편의 통합진료 케이스를 덴트포토에 올렸다. 앞으로 통합진료에 관한 책도 낼 계획이며, 오프라인 모임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자신 또한 다시 정리하고, 다시 공부하는 수확을 누린단다.

 

 

‘실력이 아니면 삶 자체에 부담’ 자각

 

일요일의 샤인덴탈 학술대회에는 900명이 넘는 치과의사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이번 행사에 당당히 등록금을 지불하고 참가해 그 넓은 코엑스 그랜드볼룸을,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도 꼬박 6시간을 가득 채웠다.

잠깐씩 쉬는 시간엔 로비에 마련된 전시 부스에서 제품들을 둘러보고, 오랜만에 보는 동기들과 근황도 주고받았다. 점심은 주최 측이 제공한 도시락으로 때웠고, 좋은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잠시나마 책상위에 겉옷을 남겨두고 자리를 비웠다.

오후 5시가 다 되어서야 삼성역 쪽으로 길게 줄지어 빠져나가는 젊은 치과의사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이들의 열정을 떠올렸다. 오늘만큼은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숙명마저도 아름답다'는 잔잔한 감동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