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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회비, 좀 더 유연한 수납시스템은 없을까?

걷는 입장이 아니라 내는 입장에서 생각하기

지난 17일 치협 이사회를 앞두고 치과미래정책포럼 김철수 대표 명의의 보도자료 한통이 날아들었다. 내용인즉슨 ‘공청회라는 여론 수렴의 과정도 없이 이사회가 임의대로 규정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보도자료의 요지는 ‘회비 완납자로 선거권의 범위를 좁힐 경우 전체 회원의 3분지 1만이 선거인단의 모집단이 되므로 이 가운데 10분지 1을 뽑는 선거인단 선거는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같은 주장은 또 다른 예비후보인 이상훈 치과계 바로세우기 비상대책위원장에게서도 몇 차례 나온 적이 있다. 그는 줄곧 회비완납 규정을 완화해주도록 집행부에 요구했었다.

하지만 집행부로선 선거 때문에 치협이라는 조직의 근간을 허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약간의 마찰을 감수하더라도 ‘의무 없이는 권리도 없다’는 대명제만은 지켜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사회는 ‘직전회기까지의 회비를 내년 2월말까지 내지 않으면 선거권을 주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미납 회원의 선거권 제한은 맞지만...

 

회비 문제는 평상시에는 쏙 들어가 있다가 총회나 선거 때만 되면 도마에 오른다. 이 말은 많은 치과의사들이 평소엔 회원으로서의 권리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회비를 꼬박꼬박 내는 치과의사들조차 ‘회비를 내고 받는 혜택이라곤 치의신보를 받아보는 것밖에 없다’고들 얘기 한다. 그 얇은 가로막조차 온라인 치의신보가 자진해서 허물고 말았지만... 하지만 가만히 따져보면 느끼지 못할 뿐이지 협회가 회원인 치과의사들을 위해 하는 일들은 적지 않다.

첫째, 치과의사들을 대신해 치과보험수가를 매년 적절히 관리한다. 둘째, 정부와 싸워가며 치과의사들에게 필요한 법안을 제 개정하는데 앞장선다. 셋째, 치과계의 공동 과제를 발굴하고 추진한다. 넷째, 적정 인력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섯째, 유사시 개별 회원들의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 준다.

치협이 없었더라도 개원가가 지금처럼 진료에만 정진할 수 있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정말 협회란 있으나 마나한 조직이겠지만, 미안하게도 실상은 그렇질 못하다. 많은 직군들이, 심지어 미화원들까지 돈을 거둬 협회를 구성하는 이유는 혼자선 할 수 없는 일들을 공동의 권익을 위해 맡아 줄 조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회비는 바로 그런 일들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돈이고, 치과의사들은 알게 모르게 지금까지 협회가 땀 흘려 거둬들인 과실을 나눠왔던 셈이다.

 

 

더 이상 수납률 떨어져서도 곤란

 

회비를 내지 않은 회원들에게도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그러므로 다른 치과의사들이 거둔 쌀로 지은 밥을 공짜로 나눠 주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모은 쌀을 관리할 사람을 뽑는 일에까지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이다.

인심이 좋아 보이긴 하지만, 쌀독을 관리하겠다는 후보들이 해선 안 될 주장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아무도 회비를 내지 않는 상황이 오면 그땐 뭐라고 할 건가. 이미 치협의 회비수납률은 10년만에 80% 전후에서 70%에도 못 미치는 성적으로 내려앉고 말았다.

따라서 적어도 단체장이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회비문제에 만큼은 좀 더 철저해질 필요가 있다. 다만 회비를 부담하는 방법을 수납자 위주로 다양화하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한데, 회원 개별 상황에까지 일일이 맞춰 주는 유연한 수납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앞으로 치협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일지도 모른다.

다행히 앞의 예비후보들도 이미 확정된 선거규정에 대해선 더 이상 딴지를 걸지 않았다. 대신 두 사람은 ‘똑 같은 조건이라고 보고, 규정 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무척 반가운 진전이다.